美대법, ‘문자폭탄 스토킹범’에 무죄 취지 파기 환송 …“표현의 자유”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28일 17시 06분


美 연방대법원. 동아DB
여성 가수를 상대로 2년 간 문자 폭탄을 날리며 스토킹한 혐의로 복역 중인 미국인 남성에 대해 미 연방대법원이 원심의 유죄 판결을 뒤집고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결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 수정헌법 1조에 어긋난다고 판시했다.

미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27일(현지 시간) 연방대법원은 스토킹 혐의로 기소된 빌리 카운터맨에게 징역 4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하급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7대 2의 다수 의견으로 “피고인이 자신의 언행이 상대에게 위협적이란 점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증거가 필요하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피고인 카운터맨은 2014년부터 약 2년간 컨트리 음악 가수인 콜스 월렌에게 공포심을 일으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보냈다. 그는 ‘죽어라, 너는 필요 없는 존재다’ ‘아무도 나를 감시하지 않는다. 내가 무슨 일을 할지 모른다’ ‘너는 영원히 사라져야 한다’는 등의 메시지를 보냈다. 월렌은 이 같은 문자 폭탄으로 인한 불안감에 일부 콘서트를 취소했고 밤에 불을 끄고 자지 못하는 등 피해를 입었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카운터맨 측 변호인단은 “부주의한 발언을 이유로 사람들을 처벌해서는 안 되며, 피고인은 망상 등 정신질환을 앓고 있어 수정헌법 1조에 의해 보호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피고인 측 주장을 받아들인 대법원 판결을 놓고 미국에선 찬반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일각에선 “고의가 아닌 발언을 범죄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며 찬성 의견을 내고 있다. 반면 메리 앤 프랭크스 조지워싱턴대 교수는 수정헌법 1조를 연구하는 학자들을 대표해 낸 성명에서 “대법원은 스토킹 피해자들에게 ‘종신 테러형’을 선고했다. 스토킹 피해자들이 살해될 위험 역시 증가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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