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기업, 러시아行 상품 선적 중단
사우디, 러가 원유 싸게 팔자 틀어져
극우 헝가리 총리는 푸틴 계속 지지
美선 “포스트 푸틴 체제 대비” 목소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향한 민간 용병회사 ‘바그너그룹의’ 무장 반란 후 러시아를 대하는 각국의 태도가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푸틴 대통령의 권력 약화가 불가피해졌는데도 헝가리는 변함 없이 ‘푸틴 지지’를 표명했다. 반면 그간 러시아와 밀착했던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이스라엘, 카자흐스탄 등에서는 러시아와 ‘거리 두기’를 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된다. 이들은 그간 미국을 견제할 목적으로 러시아와 우호 관계를 맺었지만 러시아의 정정 불안이 자국에 피해를 끼칠까 우려하고 있다.
서구에서는 ‘포스트 푸틴’ 체제를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푸틴이 실각하더라도 반(反)서방 지도자가 후계자가 될 가능성이 큰 만큼 핵무기 유출 가능성 등 ‘러시아발(發) 안보 불안’을 대비해야 한다는 취지다.
● 헝가리 ‘나 홀로’ 러 지지 vs 中 ‘거리 두기’
극우 성향인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는 27일 독일 빌트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관해 “푸틴 대통령을 전범(戰犯) 취급하면 안 된다”고 러시아를 두둔했다. 그는 서방의 무기 지원에 의존하고 있는 우크라이나를 주권국으로 볼 수도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러시아의 최대 우방 중국은 물론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중앙아시아 주요국 등 그간 푸틴 정권과 가까웠던 일부 국가는 겉으로는 러시아 지지 의사를 나타내면서도 뒤로는 미묘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27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 남동부 푸젠성의 일부 자동차부품, 기계, 의료 기업은 바그너그룹이 반란을 멈춘 24일 러시아로의 상품 선적을 전격 중단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앙숙’ 이란과의 핵합의를 복원하려는 것에 불만을 품고 러시아와 밀착했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역시 태세를 전환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엘리 코헨 외교장관은 26일 의회에서 “네타냐후 총리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키이우 방문 초청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산유국 모임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를 주도하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관계도 예전 같지 않다. 사우디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푸틴 대통령은 고물가에 시달리는 바이든 대통령의 거센 반대에도 지난해 10월 일일 200만 배럴 감산 합의를 주도했다. 하지만 서방 제재와 전쟁 장기화에 지친 러시아가 인도 등에 싸게 원유를 내다 팔면서 양국 사이가 틀어졌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진단했다.
러시아의 뒷마당 정도로 여겨지던 중앙아시아도 러시아에 미지근한 반응이다.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은 24일 푸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바그너그룹의 반란은 러시아 내부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우크라이나보다 러시아 쪽에 가까웠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역시 푸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미지근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 ‘포스트 푸틴’ 대비해야
미 싱크탱크에선 ‘포스트 푸틴’ 체제에 대한 대응을 주문했다. 리아나 픽스 미 외교협회(CFR) 연구원은 외교 매체 포린어페어스(FA) 기고문에서 “푸틴의 후계자로 푸틴보다 더 급진적인 인물이 등장하는 최악의 상황을 준비해야 한다”며 “러시아산 핵무기가 (또 다른 무장 반란 세력에 의해) 확산될 가능성, 인근 벨라루스나 아르메니아 등의 정정 불안이 고조될 가능성 등을 대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루크 코피 허드슨연구소 선임 연구원 또한 포린폴리시(FP) 기고문에서 “서방이 푸틴 이후의 체제와 러시아 내전 등 혼란에 대비해야 한다”고 동조했다. 푸틴을 대체하는 권력 또한 민족주의적이며 권위주의적인 성격을 띨 가능성이 높으므로 러시아의 혼란이 국경 너머로 번지지 않게 하는 게 미국의 이익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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