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고의 ‘패피’ 대통령을 알아보자[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7월 8일 12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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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되려면 갖춰야 할 외모 4박자는?
‘패알못’이면 대통령 못 된다
美 대통령의 ‘시그너처 룩’ 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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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시그너처 룩’인 선글라스에 푸른색 셔츠를 입은 모습. 백악관 홈페이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시그너처 룩’인 선글라스에 푸른색 셔츠를 입은 모습. 백악관 홈페이지


When I need a job, Ray Ban may have me as a sponsor.”
(내가 일자리가 필요할 때 레이밴이 후원해줄지도 모른다)
재선 도전을 발표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경제 성과를 홍보하기 위해 전국을 도는 ‘미국에 투자하기’(Investing in America) 캠페인을 벌이고 있습니다. 각 부처 장관들을 대동하고 20개 주 이상을 방문하는 이번 투어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끼고 다니는 선글라스입니다.

바이든 대통령 하면 애비에이터(조종사) 스타일의 선글라스가 떠오릅니다. 분신 같다고 해서 ‘시그너처 룩’(signature look), ‘시그너처 스타일’(signature style)이라고 합니다. 그가 처음 인스타그램 계정을 열었을 때 첫 포스트에 올린 것은 책상 위에 놓은 선글라스를 클로즈업한 사진이었습니다. 이 선글라스는 이탈리아 선글라스 회사 레이밴(Ray Ban)의 디자인입니다. 선글라스를 홍보한 공로가 있으니 레이밴으로부터 후원 제의를 받아야 한다는 농담도 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패션 센스가 좋은 지도자입니다. 고령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젊은 스타일의 남색 양복을 즐겨 입고, 그 밑에 하늘색 셔츠를 받쳐 입는 센스가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옷을 타이트하게 입는 것도 활동적인 인상을 주기 위한 것입니다. 물론 바이든을 가장 바이든답게 만드는 것은 선글라스입니다. 자신만의 시그너처 룩이 있다는 것은 대중 앞에 자주 나서는 정치인에게 큰 자산이 될 수 있습니다. 대통령의 시그너처 룩을 알아봤습니다.

1963년 존 F 케네디 대통령 부부가 텍사스를 방문한 모습. 케네디 대통령은 투버튼 양복, 재클린 여사는 샤넬 투피스를 입었다. 다음날 케네디 대통령은 댈러스에서 암살당했다. 존 F 케네디 대통령 도서관 홈페이지
1963년 존 F 케네디 대통령 부부가 텍사스를 방문한 모습. 케네디 대통령은 투버튼 양복, 재클린 여사는 샤넬 투피스를 입었다. 다음날 케네디 대통령은 댈러스에서 암살당했다. 존 F 케네디 대통령 도서관 홈페이지


He has it all – the looks, the hair, the smile, and the fashion sense to bring it all together.”
(그는 모든 것을 가졌다. 얼굴, 헤어, 미소,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패션 센스까지)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시그너처 룩은 싱글 여밈에 단추가 2개 달린 정장(single breasted two button suit)입니다. 지금은 싱글 투버튼이 표준 정장이지만 1950년대까지만 해도 더블 정장이나 싱글 쓰리버튼 정장이 대세였습니다. 하지만 이런 스타일은 43세의 젊은 케네디에게는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그는 약간 헐렁한 스타일의 투버튼 정장을 유행시켰습니다.

1960년 최초의 TV 대선 후보 토론에서 말쑥한 투버튼 정장의 케네디 후보는 구겨진 쓰리버튼 정장에 연신 땀을 흘리는 리처드 닉슨 후보를 압도했습니다. “국가가 당신을 위해 무엇을 해줄 것인가를 묻지 말고, 당신이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물어라”라는 취임 연설을 할 때도 투버튼 정장을 입었습니다.

시사잡지 라이프는 케네디 특집 기사에서 “그는 모든 것을 가졌다”라고 평했습니다. 잘생긴 얼굴, 풍부한 머리숱, 자연스러운 미소,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패션 센스까지 4박자가 맞아떨어진다는 것입니다. 케네디 대통령은 양복 단추 2개를 모두 잠그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허리 통증 때문에 차고 다녔던 보호대를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이 유력합니다.

해리 트루먼 대통령의 신발 컬렉션. 해리 트루먼 대통령 도서관 홈페이지
해리 트루먼 대통령의 신발 컬렉션. 해리 트루먼 대통령 도서관 홈페이지


Tact is the ability to step on a man’s toes without messing up the shine on his shoes.”
(신발의 광을 망치지 않으면서 발을 밟는 것도 요령이다)
“the Buck Stops Here”(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라는 명언으로 유명한 해리 트루먼 대통령은 딱딱해 보이는 인상과 달리 패션에 조예가 깊었습니다. 젊은 시절 고향 캔자스시티에서 ‘트루먼 앤 제이컵슨’이라는 양복점을 운영하면서 터득한 패선 감각입니다. 대통령이 된 뒤 백악관 전속 재단사가 아닌 고향 재단사에게 옷을 주문해 입었습니다.

필리핀의 이멜다 여사만큼은 아니지만, 트루먼 대통령도 유명한 신발 애호가였습니다. 대통령 시절 그가 신었던 신발 96켤레는 지금도 트루먼 대통령 도서관에 전시돼 있습니다. 구두, 부츠, 샌들, 슬리퍼 등 다양합니다. 시그너처 스타일은 흰색과 갈색이 배합된 투톤(two-tone) 옥스퍼드 구두입니다. 바로 집 앞에 산책하러 나갈 때도 투톤 옥스퍼드 구두를 갖춰 신을 정도로 패션에 신경을 썼습니다.

트루먼 대통령은 신발에 비유한 명언을 남겼습니다. ‘tact’는 ‘요령’이라는 뜻입니다. ‘step on toes’는 ‘발가락을 밟다’ ‘간섭하다’라는 뜻입니다. 발을 밟을 때 신발의 광을 망치지 않는 것은 어려운 기술입니다. 도움을 줄 때는 생색을 내지 말고 상대의 기분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The new jacket has to be very short, very comfortable, and very natty looking.”
(새 군복은 매우 짧고, 매우 편안하고, 매우 세련돼 보여야 한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정장보다 군복이 어울리는 대통령입니다. 아이젠하워 장군이 제2차 세계대전 때 입은 야전용 재킷을 ‘아이젠하워 재킷’이라고 합니다. 디자인에는 아이젠하워 장군이 직접 참여했습니다. 전쟁을 지휘하기도 바쁜 그가 디자이너 역할까지 맡게 된 것은 기존 군복의 불편함 때문이었습니다. 원래 미군 상의는 엉덩이를 덮고 허리에 벨트를 매는 스타일이었습니다. 거추장스럽고 후줄근해 보인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보기 흉한 유니폼은 군의 사기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론을 가진 아이젠하워 장군은 새로운 디자인을 고안하도록 했습니다. 새 디자인은 혁신적이었습니다. 허리길이를 줄여 활동성을 강조했습니다. 허리 부분에 버클을 넣어 조절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여러 군데 주름을 넣어 움직임이 편하게 했습니다.

아이젠하워 장군은 조지 마셜 육군 참모총장에게 새 디자인의 군복을 채택하도록 설득하는 편지를 썼습니다. 새 제복의 특징을 짧음, 편안함, 말쑥함 등 3가지로 정리했습니다. 그의 제안이 받아들여져 1944년 보급된 군복을 ‘M-1944 필드 재킷’이라고 합니다. ‘아이젠하워 재킷’ ‘아이크 재킷’이라고도 합니다. 제2차 세계대전 미군 복식사에서 가장 중요한 디자인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아이젠하워 재킷은 일선 군인들로부터 대환영을 받았습니다. 전쟁이 끝난 후 참전용사들은 평상복으로 입고 다녔습니다. 미 우정국은 색깔만 바꿔 집배원 유니폼으로 채택했습니다. 아이젠하워 재킷은 다양한 스타일로 변형돼 지금도 패션 아이템으로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명언의 품격
2014년 기자회견에서 갈색 양복을 입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 백악관 홈페이지
2014년 기자회견에서 갈색 양복을 입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 백악관 홈페이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옷을 잘 입는 지도자입니다. 마른 체형에 키가 커서 대충 입어도 스타일이 산다는 평을 듣습니다. 그런 오바마 대통령이 ‘패션 참사’를 일으킨 적이 있습니다. 일명 ‘tan suit gate’(갈색 양복 게이트)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4년 테러조직 이슬람국가(ISIS)에 관한 기자회견을 하는 자리에 갈색의 여름 양복을 입고 나왔습니다.

다음날 언론 보도는 기자회견 내용보다 대통령 의상에 집중됐습니다. 공화당은 “unpresidential”(대통령답지 못하다)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폭스뉴스는 오바마 대통령의 선거 슬로건 ‘yes we can’(우리는 이룰 수 있다)에 빗대 ‘yes we tan’(우리는 갈색을 입는다)이라고 비웃었습니다, 오바마 슬로건 ‘audacity of hope’(담대한 희망)를 비틀어 ‘audacity of taupe’(대담한 갈색)이라고 놀렸습니다.

지도자는 옅은 색의 양복을 피합니다. 우유부단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기자회견은 ISIS 공세에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내용이었기 때문에 결단력 부족 이미지는 더욱 부각됐습니다. 8년 뒤 오바마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해 처음으로 입을 열었습니다. 2022년 백악관에서 열린 오바마 대통령 부부 초상화 공개 행사였습니다.

You’ll note that he refused to hide any of my gray hairs, refused my request to make my ears smaller. He also talked me out of wearing a tan suit, by the way.”
(보다시피 그는 흰머리를 가려달라는 내 요청을 거절했다. 귀를 작게 보이게 해달라는 청도 거절했다. 그러나저러나 갈색 양복을 입지 말아 달라고 나를 설득하더라)
초상화를 그린 화가를 칭찬하는 내용입니다. 화가는 흰머리를 감추고 귀를 작게 그려달라는 오바마 대통령의 부탁을 무시할 정도로 예술적 심지가 곧은 사람입니다. 갈색 양복을 입지 말아달라는 직언도 서슴지 않았다고 합니다.

‘talk out of’는 ‘하지 말도록 설득하다’라는 뜻입니다. 반대는 ‘talk into’(하도록 설득하다)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과거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는 동시에 대통령의 외모와 패션에 지나치게 관심을 두는 정치문화를 비꼬는 것이기도 합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대의 표시로 오바마 60세 생일 때 갈색 양복을 입고 공식 석상에 나타났습니다.

실전 보케 360
캘리포니아 주지사 시절의 아널드 슈워제네거. 캘리포니아 주지사 집무실 홈페이지
캘리포니아 주지사 시절의 아널드 슈워제네거. 캘리포니아 주지사 집무실 홈페이지
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영화 ‘터미네이터’의 주인공 아널드 슈워제네거가 미국 대통령에 출마하고 싶다는 희망을 밝혔습니다. 최근 CNN 인터뷰에서 8년간의 캘리포니아 주지사 경력을 얘기하며 “국민들은 좌파, 우파로 극단적으로 분열된 정치에 신물이 나 있다”라고 비판했습니다. 당파 정치에 물들지 않은 자신이 출마하면 쉽게 당선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It’s a no-brainer.”
(식은 죽 먹기다)
‘brain’은 ‘뇌’ ‘지능’을 말합니다. ‘brainer’(브레이너)는 ‘머리를 쓰는 것’을 말합니다. ‘brainer’만으로는 쓰지 않고, 앞에 ‘no’를 붙여서 씁니다. ‘no brainer’는 ‘머리를 굴릴 필요가 없는 쉬운 일’ ‘식은 죽 먹기’라는 뜻입니다. “you are a no brainer”처럼 사람을 향해서는 쓰지 않습니다. 결정이나 임무가 쉬울 때 씁니다. 비슷한 의미로 ‘child’s play’가 있습니다.

슈워제네거는 “출마하면 당선은 식은 죽 먹기”라고 했지만, 출마 자체를 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고민입니다. 미국 대통령은 미국 출생자만이 입후보할 수 있습니다. 설사 출마 자격이 있다고 해도 외도로 아들까지 낳은 혼외정사 스캔들을 유권자들이 용서할지는 미지수입니다.

이런 저런 리와인드
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은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0년 9월 21일 소개된 미국 대선 유세에 관한 내용입니다. 후보들은 표심을 잡기 위해 다양한 공약을 제시합니다. 상당수는 지키기 힘든 공약입니다. 눈물겨운 아부성 발언도 서슴지 않습니다. 후보들의 과장 왜곡 발언은 선거 때마다 문제가 되지만 지나가면 흐지부지되게 마련입니다.

▶2020년 9월 21일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00921/103021803/1

2017년 빌보드 차트 1위 곡 루이스 폰시와 대디 양키의 ‘데스파시토’ 뮤직비디오 장면. 위키피디아
2017년 빌보드 차트 1위 곡 루이스 폰시와 대디 양키의 ‘데스파시토’ 뮤직비디오 장면. 위키피디아
요즘 미국 대통령 선거 유세에서 ‘팬더링’(pandering)이라는 단어를 자주 들을 수 있습니다. ‘영합’이라는 뜻의 선거용어입니다. 특정 유권자 그룹의 표를 얻기 위해 아부성 발언을 한다거나 선심 공약을 내세우는 전략을 말합니다.

If I had the talent of any one of these people, I‘’d be elected president by acclamation.”
(내가 이 가수들처럼 재능이 있었다면 만장일치로 대통령이 됐을 텐데 말이야)
최근 플로리다 유세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는 갑자기 마이크를 자신의 휴대전화에 갖다 댔습니다. 전화에서 2017년 빌보드 차트 1위 곡 루이스 폰시와 대디 양키의 ‘데스파시토’가 흘러나왔습니다. 신나는 라틴 댄스곡입니다. 이 노래를 부른 가수들을 폭풍 칭찬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음악 취향을 추측해 보건대 ‘데스파시토’를 알고 있을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그런데도 이 노래를 칭찬한 것은 플로리다가 중남미 출신 유권자들이 많은 곳이기 때문입니다. 소셜미디아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오글거림의 극치” “도대체 누구 아이디어냐” 등의 야유가 쏟아졌습니다.

I think hot sauce is good for you, in moderation.”
(적당량의 핫소스는 건강에 좋다)
2016년 대선 때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는 뉴욕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언제나 가방에 핫소스를 휴대하고 다닌다”라고 밝혔습니다. 매운 맛의 핫소스는 주로 흑인들이 좋아합니다. 진행자가 “흑인들에게 아부하려는 것이냐”고 하자 힐러리 후보는 “핫소스는 건강에 좋다”라고 했습니다. 그녀의 음식 취향을 살펴보니 진짜 오래전부터 매운 소스를 좋아한 듯합니다. 하지만 흑인 대상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마치 준비해온 듯이 그런 말을 하면 “속 보인다”라는 얘기를 들을 수밖에 없습니다.

What he deserves is a Nobel Prize for Political Pandering.”
(그는 정치 영합 부문에서 노벨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플로리다를 방문해 이 지역 일대의 석유 시추 금지를 10년 연장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습니다. 평소 환경보호는 뒷전이던 트럼프 대통령이 갑자기 보호론자가 된 것은 대다수 플로리다 유권자들이 석유 시추 금지를 원하기 때문입니다. 노벨상 수상은 트럼프 대통령의 꿈입니다. 플로리다 일간지 올랜도 센티 널은 사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노벨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라고 비꼬았습니다. 그가 원하는 평화상 부문이 아니라 정치 영합 부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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