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흑인 美대법관 설전… “노예죄 원죄 갇혀” vs “인종차별 외면”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7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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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대” 53% “폐기” 47%… 여론도 갈려

소수계 우대 정책에 위헌 판결을 내린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결 후 미 사회는 완전히 둘로 쪼개졌다. 특히 두 흑인 대법관이 상대방의 실명을 거론하며 설전을 벌이는 이례적인 상황까지 나타났다. ‘지혜의 아홉 기둥’으로 불리는 9명의 대법관은 이념 성향이 달라도 서로의 철학을 존중하는 전통을 유지해 왔다. 이런 관행이 무너질 정도로 이번 판결을 둘러싼 미 사회의 갈등이 심각하다는 뜻이다.

보수 성향 흑인 남성이며 위헌 판결에 동조한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관(75)은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위헌 판결 직후 “삶의 좋은 일과 나쁜 일의 책임이 인종에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커탄지 브라운 잭슨 대법관(50)은 노예제의 원죄가 여전히 우리의 삶을 결정하고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한 자신이 이 정책으로 오히려 취업 당시 손해를 봤다고 했다. 유명 법률회사들이 자신을 능력도 없으면서 우대 전형으로 들어온 지원자로 취급해 번번이 퇴짜를 놨다는 것이다.

그러자 지난해 흑인 여성 최초로 대법관에 오른 잭슨 대법관은 “토머스 대법관의 주장은 (서로 다른 사안을 같은 잣대로 비판하는) ‘허수아비 오류’”라고 받아쳤다. 인종을 고려하지 말라는 사람들이 차별 해결에는 관심도 없고 차별 자체를 보는 것도 거부한다고 했다.


여론도 완전히 나뉘었다. 대법원 판결 직전인 지난달 14∼17일 CBS방송과 여론조사기업 유고브의 공동 조사에서 응답자의 53%는 “(사회 전반의) 소수계 우대 정책을 지속해야 한다”고 답했다. 반면 47%는 “폐기해야 한다”고 맞섰다. ‘대학 입시에 소수계 우대를 적용해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70%가 “적용하면 안 된다”고 했다. “적용해야 한다“는 답은 30%에 그쳤다.

입시는 물론이고 기업 채용 등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2020년 기준 미 경제전문지 포천이 선정한 500대 기업 중 200개 이상이 소수계를 우대하는 ‘다양성, 평등, 포용(DEI)’ 제도를 운영 중이다. 이번 위헌 판결을 촉발한 아시아계 학생단체 ‘SFA’와 마찬가지로 아시아계 및 백인 근로자나 취업 준비생들이 “역차별을 방지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하고 기존 소수계 직원 또한 맞소송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美대법관 설전#노예죄#원죄#인종차별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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