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법원-바이든 정부 충돌]
美대법, 소수인종 우대 폐지 이어
최근엔 성소수자 권리 제한 판결
내년 대선서 진보층 결집 전망도
미국 연방대법원이 자신의 종교적 신념에 따라 동성 커플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는 웹사이트 제작업자의 손을 들어줬다. 성적 지향성을 이유로 고객의 요청을 거부해선 안 된다는 콜로라도주의 차별금지법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제작사 대표의 주장을 대법원이 받아들인 것이다. 보수 성향 대법관이 다수를 차지하는 연방대법원이 낙태권과 소수인종 우대 정책을 폐지한 데 이어 성소수자의 권리를 제한하는 판결까지 내놓으며 미 보수층의 핵심 가치를 구현하는 통로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방대법원은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콜로라도주에 있는 웹사이트 제작사 대표 로리 스미스가 주 차별금지법이 표현의 자유를 명시한 수정헌법 1조를 위반한다며 제기한 헌법소원에 대해 6 대 3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콜로라도주는 일반에 공개된 업체가 인종, 성, 성적 취향, 종교 등을 이유로 고객에게 상품 및 서비스 제공을 거부할 수 없도록 금지했다.
스미스는 동성 커플의 결혼 웹사이트 제작 요청을 받고 거부하려 했다. 기독교 신자인 자신의 종교적 신념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요청을 거부할 경우 주법에 따라 처벌받을 상황에 놓이자 해당 주법이 위헌이라며 2016년 헌법소원을 냈다.
다수의견을 작성한 보수 성향의 닐 고서치 대법관은 “수정헌법 1조는 모든 개인이 본인이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생각하고 말할 수 있는 풍요로운 미국을 그리고 있다”며 “(차별금지법이) 처벌 조항을 통해 사람들에게 신념과 위배되는 행동을 하도록 강요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반면 진보 성향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은 소수의견을 통해 “오늘 대법원은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사업체가 보호 계층에 대한 서비스 제공을 거절할 수 있는 법적 권리를 부여했다”고 비판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 역시 성명을 통해 “미국에서는 그 누구도 자신이 누구를 사랑하는지에 따라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며 “실망스러운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연방대법원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보수 절대 우위로 재편됐다. 현재 보수 성향 대법관은 6명, 진보 성향이 3명이다. 연방대법원은 지난해 6월 여성의 낙태권을 헌법상의 권리로 보장했던 ‘로 대 웨이드’ 판례를 무효화한 이후 1년여 동안 미국 사회를 뒤흔들 보수적 판결을 잇달아 내놓으며 이념 갈등을 고조시키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소수인종 우대 정책을 62년 만에 폐지시켰고, 다음 날에는 바이든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던 학자금 대출 탕감 정책에 대해 행정부의 권한 남용이라고 판결했다.
연방대법원의 잇단 보수적 판결은 내년 대선에서 주요 이슈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진보 성향 유권자들이 결집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온다. 낙태권 폐지 판결 이후 치러진 지난해 11월 미 중간선거에서 여성·진보층이 결집하며 공화당이 예상 밖 고전을 했기 때문이다. 특히 소수인종 우대 정책 폐지로 최대 피해가 예상되는 흑인과 히스패닉 유권자들이 반(反)공화당 여론을 강하게 형성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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