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부터 갈륨-게르마늄 등 통제… 美의 기술수출 봉쇄에 맞불 전략
옐런 방중 앞두고 ‘자원 무기화’
韓日 등에 ‘봉쇄 동참말라’ 경고도
‘희귀금속 脫중국’ 부메랑 될수도
중국이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 방중(訪中)을 앞두고 첨단 반도체 및 태양광 패널 등에 사용되는 희귀 금속에 대한 수출 규제를 발표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미중 고위급 소통 재개 합의에도 반도체 같은 첨단 분야 제재를 지속하겠다고 밝히자 중국이 반(反)간첩법 시행에 이어 자원 무기화를 본격화한 것이다.
● 반도체 규제 강화에 자원 무기화 나선 中
중국 상무부와 세관총국은 다음 달 1일부터 갈륨 관련 8개 품목과 게르마늄 관련 6개 품목이 수출 통제 대상이라고 3일 밝혔다. 이 제품을 수출하려면 구체적인 해외 구매자 정보를 보고해 상무부 허가를 받아야 한다.
갈륨은 첨단 반도체와 태양광 패널용 태양전지 등에 쓰이며 게르마늄은 광섬유 통신, 적외선 카메라 렌즈 등에 필수다. 미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중국은 세계 갈륨 생산의 97.7%, 게르마늄 생산의 67.9%를 차지한다.
상무부와 세관총국은 “국가안보와 국가이익 보호를 위해 국무원 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미국과 일부 동맹국이 반도체를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 중국의 기술 개발 견제를 강화하는 데 따른 것”이라며 ‘맞불’ 조치임을 시사했다.
특히 미국 주도 반도체 장비 규제에 동참한 네덜란드가 이르면 9월 심자외선(DUV) 반도체 장비의 중국 수출을 금지하기로 한 것을 겨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극자외선(EUV) 반도체 장비에 이어 구형 DUV 장비까지 중국 내 반입을 막으면 DUV를 통해 고성능 반도체를 개발해온 중국 반도체 기업들에 막대한 타격을 줄 수 있다.
옐런 장관 방중을 앞두고 나온 조치인 만큼 협상 지렛대로 삼으려는 행보라는 분석도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인공지능(AI)과 반도체 규제 강화, 중국 첨단기술 분야에 대한 미 기업 투자 제한 등을 담은 정책을 이르면 이달 중 발표할 예정이다. 또 미국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에 대한 중국 기업 접근성 제한 조치도 준비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4일 보도했다. 이 조치가 시행되면 아마존이나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이 중국 고객에게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할 때 바이든 행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할 가능성이 높다.
옐런 장관은 이날 셰펑(謝鋒) 신임 주미 중국대사와 면담하고 “거시경제와 금융 문제를 포함한 세계적인 도전 과제에 대해 두 경제 대국 협력의 중요성을 전달하면서 (미국이) 우려하는 이슈들을 제기했다”고 미 재무부는 밝혔다.
● 광물 中 의존도 높은 한국 압박 우려
중국의 갈륨, 게르마늄 수출 규제는 국내 반도체 산업 등에도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국지질연구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한국은 전체 갈륨 수입량의 40% 이상을, 게르마늄은 전량을 중국에서 수입했다.
갈륨과 게르마늄은 국내 주력 분야인 메모리반도체의 핵심 소재로 분류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갈륨은 전력 조절에 강점을 가진 소재여서 반도체 시장의 한 부분인 전력반도체의 차세대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도 지난달 27일 ‘삼성 파운드리 2023’에서 2025년부터 질화갈륨 전력반도체 파운드리 서비스를 시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4일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관련 업계와 긴급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회의를 주재한 주영준 산업정책실장은 “이번 조치의 단기 수급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이지만 다른 품목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중국 동향을 면밀히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이 한국과 일본에 대해 희귀 금속 수출 규제를 무기로 미국의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제거) 정책에 동참하지 않도록 압박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왕이(王毅)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은 3일 한중일 국제포럼에서 “한국과 일본이 다른 나라와 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을 존중하지만 이를 가까운 이웃을 봉쇄하는 데 사용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의 자원 무기화가 주요 광물에 대한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갈륨은 한국과 일본, 게르마늄은 캐나다와 벨기에 우크라이나 등에서 생산되는 만큼 중국산 의존도를 낮추려는 각국 움직임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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