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동결한 6월 FOMC 의사록… “대부분 금리 인상 필요성 밝혀”
독립기념일 음식값만 12조 지출
자동차 판매 늘고 여행 수요 급증
고강도 긴축에도 인플레 안잡혀
미국 독립기념일인 4일(현지 시간) 뉴욕 이스트강 불꽃축제를 보려 퀸스 롱아일랜드시티에는 수천 명이 몰렸다. 5일 새벽까지 곳곳에서 터지는 폭죽에 밤잠을 설쳤다는 불만이 나왔다. 물가 상승률이 9%대로 치솟은 지난해에는 폭죽과 소고기 가격이 올라 독립기념일 연휴에 소고기 바비큐 대신 닭고기를 먹은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미 전국소매업연맹에 따르면 이날 미국인은 음식에 약 95억 달러(약 12조4000억 원)를 지출해 전년보다 18억 달러(약 2조3500억 원)가 늘었다. 폭죽 판매 사상 최대, 연휴 여행객도 사상 최다였다. 고금리에도 경제가 회복력을 보이고 있다는 신호다.
금리를 올려도, 중소 은행이 무너져도 경제가 살아나며 인플레이션이 수그러들지 않자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금리 인상 채비를 갖췄다. 5일 공개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6월 의사록은 미 경제 ‘회복력’을 11차례나 언급하며 “거의 모든 참석자가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내다봤다”고 전했다.
● 연준 “6월에도 금리 올리자” 의견 있어
이날 공개된 FOMC 의사록은 지난달 13, 14일 연준이 이전까지 10차례 연속 인상에서 벗어나 금리 동결을 결정한 정례회의 논의 과정을 담았다. 당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누적된 긴축이 경제에 미치는 효과를 지켜보기 위해 속도 조절 차원에서 만장일치로 금리를 동결하기로 했다고 밝혔지만 의사록에는 “일부 참석자는 0.25%포인트 인상을 선호한다고 밝혔다”고 적시했다. 연준 내부에서 동결이냐, 인상이냐를 두고 의견이 엇갈렸다는 것이다.
의견이 갈렸던 가장 큰 이유는 강력한 미국 경제 회복력이다. 참석자들은 한목소리로 “경제활동이나 금융시장 신용부문 등이 예상보다 높은 회복력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올 1분기(1∼3월) 미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연 2.0%로 잠정치(1.3%)를 상회했다.
미 경제 70%를 차지하는 소비의 상승세는 꺾였다. 소비 건전성 척도인 자동차 수요도 급증세다. 올 2분기(4∼6월) 제너럴모터스(GM) 미국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9%, 현대차는 14%, 도요타는 7% 상승했다.
● 고금리에도 왜 인플레는 지속되나
지난해부터 15개월간 지속된 고강도 긴축에도 미 경제가 예상보다 높은 회복력을 보이고 있어 7월 금리 인상이 예상된다.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7월 0.2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6일 0시(미 동부 시간) 현재 88.7%까지 높였다.
연준의 강력한 금리 인상 신호에 시장은 흔들렸다. 이날 뉴욕증시 나스닥지수 등이 소폭 하락 마감한 데 이어 코스피는 0.88% 하락했고, 홍콩 항셍지수는 장중 3% 급락했다.
보통 금리 인상이 소비 패턴과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데 약 18개월 걸리지만 이번 긴축 정책의 인플레이션 억제까지는 더 오래 걸릴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네이선 시트 씨티그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미국 등) 주요 경제국이 금리 인상을 놀랍도록 잘 흡수하고 있다”며 차입 비용이 투자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제조업에서 그 영향이 덜한 서비스업 중심으로 경제가 전환된 것을 주요 이유로 들었다.
여기에 팬데믹 이후 서비스업 노동력 부족으로 노동시장이 강세를 보이는 것도 인플레이션 상승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연준 긴축 정책이 지속되면 하반기 경기 침체를 피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나온다. 의사록에 따르면 연준 이코노미스트들도 올 4분기부터 2개 분기 연속 가벼운 경기 침체 전망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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