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반도체 수출 규제에 중국이 희귀금속 수출 통제로 맞불을 놓은 가운데 방중(訪中)한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7일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리창(李强) 총리와 만나 “장기적으로 양국 모두에 이로운 건강한 경제 경쟁을 원한다”고 밝혔다. 미국의 대중국 경제 정책 목적은 디커플링(분리)이 아니라 공급망 의존도를 낮추는 디리스킹(위험 제거)이라고 거듭 강조한 것이다. 이에 리 총리는 “궂은 날이 지나면 분명 무지개도 더 많이 볼 것”이라고 답했다.
미 재무부가 이날 공개한 모두발언에 따르면 옐런 장관은 “미국은 승자독식이 아닌 모두에 이익이 되는, 공정한 규칙에 기반한 건강한 경쟁을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특정 상황에서 국가 안보 보호에 목표를 둔 행동을 추구할 필요가 있지만 이런 움직임에 대한 양국의 의견 불일치가 양국 경제 및 금융 관계를 불필요하게 악화시키는 오해로 이어지게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치 군사 분야에서 이해관계가 상충할 경우가 있겠지만 경제 분야에서는 긴장 완화와 협력 확대를 모색하자는 뜻으로 풀이된다.
옐런 장관은 ‘차이가 불화의 원인이 돼서는 안 되고 더 많은 소통과 교류의 원동력이 돼야 한다’는 올 1월 리 총리의 스위스 다보스포럼 발언을 언급하며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인 양국이 정기적인 소통 채널에 박차를 가하기 바란다. 기후변화 같은 세계적인 도전에 리더십을 보여줄 의무가 있다”고 양국 고위급 대화에 속도를 낼 것을 강조했다.
리 총리는 옐런 장관이 전날 비행기에서 내릴 때 하늘에 무지개가 보였다며 “중-미 관계에 비바람만 있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궂은 날이 지나면 분명 무지개도 더 많이 볼 것”이라고 말했다. 팬데믹 이후 예상보다 더딘 경제 회복을 위해 미중 관계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리 총리는 올 3월 베이징에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글로벌 CEO 7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중국발전포럼에서도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과 관련해 “지금은 빗속을 걷는 것과 같다”며 “발아래만 보면 진흙탕만 보이겠지만 앞을 내다보면 비 온 뒤 무지개가 보일 것”이라고 연설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시절 미중 무역 갈등이 본격화한 이후 중국 총리가 방중한 미 재무장관과 면담한 것은 8년 만이다. 옐런 장관은 9일까지 허리펑(何立峰) 부총리, 류쿤(劉昆) 재정부장 등 최고위급 경제 인사들과 연쇄 회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미국의 대(對)중국 고율 관세 부과에 반대해온 옐런 장관에게 기대감을 내비쳤다. 중국 정부 ‘비공식 대변인’ 후시진 전 환추시보 총편집인은 전날 소셜미디어에 “우리는 옐런의 방문을 환영해야 한다”고 올렸다.
전날 중국 도착 직후 트위터에 “베이징에 오게 돼 기쁘다”고 올린 옐런 장관은 베이징 중심가 윈난의 한 식당 홀에서 젓가락을 사용해 저녁을 먹는 모습을 공개하며 우호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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