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철권통치 푸틴 ‘숙청의 역사’
서방 전문가들의 ‘포스트 푸틴’ 시나리오
북한-이란서 핵 기술 탈취 가능성
중국은 러시아 권력구도 뒤흔들 궁리
러시아 민간 용병회사 ‘바그너그룹’의 무장 반란으로 철옹성 같았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권력 체제에 균열이 드러나면서 미국과 유럽 등에선 ‘포스트 푸틴’(푸틴 대통령 실각 이후 러시아) 시대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바그너그룹 무장 반란이 36시간 만에 마무리된 이후 푸틴 대통령이 권력 안정화에 나섰지만 군부 내 갈등과 엘리트 계층의 불만 등이 표면화된 만큼 또 다른 반란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싱크탱크 신안보센터(CNAS)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군부가 쿠데타를 감행하려 할 경우 필요한 준비 시간이 줄었다”며 “반정부 정서가 커지면 외부 무장단체들이 권력을 쥐기 위해 반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푸틴 대통령의 실각이 현실화되면 세계 안보 지형에 대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푸틴 대통령은 ‘이너서클’에 이권을 나눠주고 경쟁시키며 자신의 권력을 유지해 와 후계 구도가 뚜렷하지 않은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푸틴 대통령의 약화는 치열한 권력 다툼으로 이어질 수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무기통제국장을 지낸 윌리엄 앨버크 영국 싱크탱크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국장은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셰익스피어의 비극이나 50년간 26명이 황제에 오른 로마 군인황제 시대와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세계 최대 핵무기 보유국인 러시아에서 대규모 정치 혼란이 발생할 경우 전문가들은 핵무기가 통제 불능 상태에 놓일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바그너그룹이 모스크바를 향해 800km가량 진격하는 동안 러시아군이 별다른 대응에 나서지 못한 가운데 핵 기지가 무장 반란 세력의 수중에 들어갈 수도 있다는 것. 체첸공화국 등 친(親)러시아 세력은 물론이고 북한이나 이란 등이 혼란을 틈타 러시아의 핵 기술을 빼내려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러시아 연방의 분열로 동유럽 안보가 크게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높다. 체첸공화국이나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인민공화국, 루한스크인민공화국 등은 물론이고 몰도바 내 친러 세력 점령지역인 트란스니스트리아 등이 독립을 시도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안보 협력을 강화해온 미국과 유럽 사이에 균열의 불씨가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러시아 정치 혼란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는 나토 동유럽 회원국들이나 러시아와의 경제 관계를 중시해온 독일 등이 다른 입장을 취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리아나 픽스 미국외교협회(CFR) 유럽 연구원은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FA) 기고문에서 “푸틴 체제의 혼란은 미국과 동맹국들 관계에 도전적인 상황이 될 것”이라면서 “푸틴의 후계자로 더 급진적인 인물이 등장하는 최악의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짚었다.
러시아의 혼란은 중국에도 타격이 될 수 있는 만큼 중국이 러시아의 권력 구도 재편에 개입할 가능성도 있다.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 안데르스 오슬룬드 선임연구원은 “중국이 푸틴과 거리를 두는 가운데 미하일 미슈스틴 러시아 총리와의 관계를 노골적으로 구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세계 최대 에너지 공급 국가인 러시아의 혼란은 글로벌 경제에 혼란을 일으킬 수 있는 변수다. 다만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미국과 유럽이 경제 제재에 나선 만큼 서방보다는 러시아 에너지 수입을 늘린 중국, 인도 등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루크 코피 허드슨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 기고문에서 “푸틴 대통령이 축출되더라도 그를 대체하는 권력은 민족주의나 권위주의적 성격을 띨 수 있다. 러시아 내부 분쟁이 국경 너머로 번지지 않게 하는 게 미국에 이익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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