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아들도 ‘아빠찬스’를 쓴다고?[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7월 15일 12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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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찬스’로 traffic ticket 받은 헌터 바이든
요리조리 스캔들 피해가는 사고뭉치 대통령 가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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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아들 헌터 바이든. 백악관 홈페이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아들 헌터 바이든. 백악관 홈페이지


Wow! The corrupt Biden DOJ just cleared up hundreds of years of criminal liability by giving Hunter Biden a mere ‘traffic ticket.”
(놀랍다! 부패한 바이든 법무부가 헌터 바이든이 받게 될 수백 년의 형사책임을 달랑 교통티켓으로 말소시켰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차남 헌터 바이든이 요즘 뉴스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탈세 및 불법 총기 소지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혐의가 크지 않아 징역형을 받거나, 아버지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가도를 위협할 가능성은 적습니다. 뿔이 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헌터 바이든이 아버지가 현직 대통령이기 때문에 수사 특혜를 받은 것이라며 “달랑 교통티켓을 받은 것”에 비유했습니다. 기밀서류 불법 반출 등 갖가지 중대 혐의로 기소된 자신과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큰 법적 고비를 넘긴 아들이 “자랑스럽다”라고 말했습니다. 끈끈한 가족 사랑으로 유명한 바이든 대통령은 아들과 거리를 둬야 한다는 주변의 충고에도 불구하고 계속 지지해왔습니다. 해외 방문 때 수행원처럼 데리고 다니고, 최근 헌터 딸의 대학 졸업식에도 참석했습니다.

헌터 바이든은 주로 ‘trouble’(골칫거리), ‘scandal’(스캔들) 등의 단어를 동반합니다. 미국 역사에는 헌터 바이든처럼 대통령 가족과 관련된 사건사고들이 적지 않습니다. 대통령 가족 스캔들을 알아봤습니다.

조지 H W 부시 대통령(오른쪽)과 아들 닐 부시. 조지 H W 부시 도서관 센터 홈페이지
조지 H W 부시 대통령(오른쪽)과 아들 닐 부시. 조지 H W 부시 도서관 센터 홈페이지


You don’t want to see a grown woman cry, do you?”
(다 큰 여자가 우는 걸 보고 싶은 건 아니죠?)
‘아버지 부시’로 통하는 조지 H W 부시 대통령은 6명의 자녀를 뒀습니다. 자녀 중에는 대통령도 있고 주지사도 있지만 닐 부시처럼 잘 알려지지 않는 인물도 있습니다. 넷째인 닐 부시는 석유관련 회사를 경영하면서 ‘실버라도’ 저축대부조합의 사외이사를 맡았습니다.

1980년대 실버라도 금융은 부실 대출을 이기지 못하고 파산했고, 구제 과정에서 1억 3000만 달러의 공적자금이 투입됐습니다. 아버지 부시 대통령 때 실버라도 사태에 대한 의회 조사가 진행되면서 사외이사를 맡은 닐 부시의 역할도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경영 감독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고, 실버라도로부터 10만 달러 부정 대출을 받았다는 것이 논란의 핵심이었습니다.

1990년 닐 부시는 실버라도 청문회에 출석해 결백을 주장했습니다. 대통령의 아들이라서 오히려 불리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했습니다, 아버지 부시 대통령도 기자회견을 열고 “자식의 명예를 확신하지 않는 부모가 어디 있겠느냐”라며 “닐의 결백을 위해 다른 형제들이 나설 준비가 돼 있다”라고 했습니다.

어머니인 바버라 부시 여사도 나섰습니다. 여장부 스타일의 바버라 여사는 기자들 앞에서 눈물을 글썽거리며 “성인 여자가 우는 걸 보고 싶으냐”라고 했습니다. 미국인들은 다른 사람 앞에서 우는 것을 수치스럽게 생각합니다. 성인은 감정을 통제해야 한다고 봅니다. 자식 문제 앞에서 눈물을 보이는 바버라 여사 덕분에 비판 여론은 크게 줄었습니다. 닐 부시는 형사 기소를 피했고, 관련 민사소송에서 5만 달러를 변상하는 것으로 해결됐습니다.

지미 카터 대통령(오른쪽)과 동생 빌리 카터. 더 카터 센터 홈페이지
지미 카터 대통령(오른쪽)과 동생 빌리 카터. 더 카터 센터 홈페이지


I hope this testimony will show that Billy Carter is not a buffoon, a boob or a wacko.”
(나는 이 증언이 빌리 카터가 어릿광대도 아니고, 바보도 아니고, 정신이상자로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지미 카터 대통령은 중동 평화를 위해 동생 빌리 카터를 리비아에 특사로 파견했습니다. 빌리 카터는 심각한 알코올 의존증을 앓고 있었습니다. 리비아의 극진한 대접을 받은 그는 리비아 정부의 공식 로비스트로 활동하게 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리비아로부터 거액의 불법 로비 자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의 친구들은 리비아로부터 마약을 밀수했다는 혐의를 받았습니다. 빌리 카터가 일으킨 스캔들을 ‘빌리 게이트’라고 합니다.

카터 대통령은 동생을 캘리포니아 중독 재활 시설에 보내 치료를 받게 했습니다. 퇴원 후 빌리 카터는 상원 청문회에 나왔습니다. 모두발언 첫마디부터 “나는 어릿광대도 아니고, 바보도 아니고, 정신이상자도 아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객석에서 웃음이 터졌습니다. ‘buffoon’ ‘boob’ ‘wacko’ 등은 청문회에서 쓸만한 단어가 아닙니다. 바보가 아니라고 주장하면 바보 이미지는 더욱 강해지기 마련입니다. 빌리 카터는 사법당국의 조사를 받았지만, 기소는 되지 않았습니다. 술을 끊고 1988년 51세를 일기로 췌장암으로 사망했습니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왼쪽)과 동생 도널드 닉슨. 리처드 닉슨 대통령 도서관 홈페이지
리처드 닉슨 대통령(왼쪽)과 동생 도널드 닉슨. 리처드 닉슨 대통령 도서관 홈페이지


I hope I haven’t been responsible for losing the election.”
(선거에서 진 것이 내 책임이 아니길 바란다)
1950년대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부통령이던 시절 동생 도널드 닉슨은 ‘닉슨스’(Nixon’s)라는 햄버거 가게를 운영했습니다. ‘닉슨 버거’ 등을 메뉴로 내놓았지만, 반응은 신통치 않았습니다. 경영이 어려워지자 도널드 닉슨은 억만장자 사업가 하워드 휴즈로부터 20만 달러를 빌렸습니다. 하워드 휴즈는 영화 ‘에비에이터’의 주인공으로 잘 알려진 인물입니다.

1960년 리처드 닉슨과 존 F 케네디가 대선전을 벌이던 때였습니다. 케네디는 리처드 닉슨과 휴즈가 밀착관계이기 때문에 도널드 닉슨이 대출을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Huges loan’(휴즈 대출)이 유행어가 됐습니다. ‘Hughes loan’(휴즈 론)이 ‘거금 대출’이라는 뜻의 ‘huge loan’(휴지 론)과 발음이 비슷한 데서 유래했습니다.

휴즈의 대출에도 불구하고 도널드 닉슨의 햄버거 사업은 망했습니다. 리처드 닉슨은 대선에서 케네디에게 패했습니다. 리처드 닉슨 자서전에 따르면 선거 패배 후 동생은 “내 탓이 아니길 바란다”라면서 울었습니다. 동생이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동생도 도청한 것으로 워터게이트 스캔들 조사에서 밝혀졌습니다.

명언의 품격
빌 클린턴 대통령(오른쪽)과 동생 로저 클린턴. 빌 클린턴 대통령 도서관 홈페이지
빌 클린턴 대통령(오른쪽)과 동생 로저 클린턴. 빌 클린턴 대통령 도서관 홈페이지
빌 클린턴 대통령의 동생 로저 클린턴도 사고뭉치였습니다. 하도 사고를 많이 쳐서 백악관 경호원들 사이에 암호명이 ‘headache’(두통거리)였다는 얘기가 전해집니다. 로저 클린턴은 빌 클린턴 대통령이 아칸소 주지사이던 시절 위장 경찰에게 마약을 판매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아 1년을 복역했습니다. 빌 클린턴 대통령이 2001년 퇴임 직전 발표한 사면 명단에 동생도 포함됐습니다. 사면으로 로저 클린턴의 범죄 기록은 말소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로저 클린턴이 지인들을 대상으로 ‘사면 장사’를 했다는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당시 마약사범으로 감옥에 있던 마피아 두목 로사리오 갬비노를 사면해준다는 조건으로 롤렉스 시계와 5만 달러를 받았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습니다. 사기죄로 복역 중인 텍사스 사업가로부터는 22만5000달러의 받았습니다. 의회 조사에 따르면 로저 클린턴은 친구와 사업 동료 6명의 사면을 부탁하는 편지를 형에게 쓴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사면을 받지 못했습니다. 사면 후에도 계속 문제를 일으켜 2001년, 2016년 음주운전으로 체포됐습니다.

I’m not the black sheep of the family. I’m the dark horse.”
(나는 우리 가족의 사고뭉치가 아니다. 나는 복병이다)
로저 클린턴은 부적절한 처신 논란이 가열될 때마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black sheep’과 ‘dark horse’의 공통점은 검정색 때문에 무리에서 튀는 존재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의미는 정반대입니다. 17세기 목축 용어에서 비롯된 ‘black sheep’은 ‘골칫거리’를 말합니다. 흰 양 떼에 섞여 있는 검은 양은 주인에게 처치 곤란입니다. 검은 양의 털은 색깔이 진해서 염색을 할 수도 없습니다. 가족이나 끈끈한 유대관계를 가진 조직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구성원을 ‘black sheep’이라고 합니다.

반면 ‘dark horse’(다크호스)는 좋은 의미로 씁니다. 예상 밖의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후보나 선수를 말합니다. ‘복병’이라고 합니다. 19세기 영국 소설에서 흰 말들 사이에 섞인 검은 경주마가 앞으로 치고 나가는 데서 유래했습니다. ‘black sheep’ ‘dark horse’ 외에 ‘약자 응원 심리’를 말하는 ‘underdog’(언더독)도 있습니다. 동물 비유 3대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전 보케 360
연방 대법원의 소수인종 우대원칙 위헌 결정으로 미국 대학 입시에 변화가 예상된다. 하버드대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학생들. 하버드대 도서관 홈페이지
연방 대법원의 소수인종 우대원칙 위헌 결정으로 미국 대학 입시에 변화가 예상된다. 하버드대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학생들. 하버드대 도서관 홈페이지
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최근 미연방 대법원이 대학 입학에 적용되는 소수인종 우대정책(affirmative action)에 위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보수 성향의 대법원이 내린 판결입니다. 이번 판결은 백인 지원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고, 흑인과 히스패닉계는 불리해졌습니다. 명문대 합격률이 높은 아시아계는 득실이 복잡해서 좀 더 두고 봐야 합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결정을 내린 대법원을 비판했습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반대 뜻을 밝혔습니다. 학생을 뽑아야 하는 대학들은 어떨까요. 대학마다 차이가 있지만, 다양성(diversity)을 존중하겠다는 것이 공통적인 의견입니다. 일정 자격 기준을 갖춘 소수인종에게 가산점을 줘서라도 다양성을 이뤄야 한다는 것은 ‘affirmative action’의 기본 이념입니다. 대학들은 이번 결정에도 불구하고 어떤 식으로든 소수인종을 배려하는 방법을 찾아 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하버드대의 로런스 바카우 총장은 판결 후 이렇게 말했습니다.

Harvard will continue to be a vibrant community whose members come from all walks of life, all over the world.”
(하버드는 세계 각국, 각계각층의 구성원들이 만들어내는 활기찬 커뮤니티로 유지될 것이다)
‘walk’는 ‘걷다’라는 뜻입니다. 여기서 유래해 ‘길’(path)이라는 뜻도 있습니다. 할리우드에 가면 유명 연예인의 별들이 찍힌 명예의 거리를 ‘walk of fame’이라고 합니다. ‘walks of life’는 ‘삶의 모든 갈림길에서’ ‘사회 각계각층’을 말합니다. 리더가 통합, 결속을 강조할 때 “from all walks of life”라는 구절이 자주 등장합니다.

이런 저런 리와인드
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18년 7월 3일 소개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가족 분리 이민정책에 관한 내용입니다. 미국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가족을 중시합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불법 입국자의 자녀들을 부모로부터 격리하는 정책을 시행했다가 “비인도적”이라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이 정책이 발표되자 미국 전역에서 반대 시위가 불붙었습니다.

▶2018년 7월 3일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180703/90869291/1

불법 이민자 가족격리 정책 반대 시위에서 뮤지컬 ‘해밀턴’ 제작자 린 마누엘 미란다가 노래하는 모습. 린마누엘닷컴 홈페이지
불법 이민자 가족격리 정책 반대 시위에서 뮤지컬 ‘해밀턴’ 제작자 린 마누엘 미란다가 노래하는 모습. 린마누엘닷컴 홈페이지
요즘 미국이 시끌시끌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무관용 이민정책 때문입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가족격리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가 미국 전역에서 열렸습니다. 가족 단위의 시위대가 많았습니다. 집에서 만들어온 듯한 형형색색 피켓을 들고 유명인의 연설을 듣거나 노래를 따라 불렀습니다. 가족 축제 같았던 이번 시위에 등장한 슬로건들을 소개합니다.

Families belong together.”
(가족은 함께여야 한다)
가장 많이 등장한 슬로건입니다. 한국 시위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결사반대’ ‘물러가라’ 같은 자극적인 구호가 아닙니다. 하다못해 ‘no family separation’(가족격리 반대)도 아닙니다. 타인의 잘못을 공격하기보다 ‘우리 모두 힘을 합쳐 고쳐나가자’라는 긍정의 메시지를 전합니다.

We are better than this.”
(우리는 이것보다 낫다)
be 동사 또는 know 뒤에 ‘better than this’가 나오면 현재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의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비인도적 이민정책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히자’라는 행동 구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보다 더 나은 지도자를 만날 자격이 있다는 의미도 포함됩니다.

You will come of age with our young nation.”
(너는 우리의 젊은 나라에서 성장해 나갈 것이다)
브로드웨이 히트 뮤지컬 ‘해밀턴’에 나오는 노래의 한 구절입니다. 이 뮤지컬을 작곡한 린 마누엘 미란다가 시위에 나와 직접 불렀습니다. 미란다는 반(反)트럼프 운동가로도 유명합니다. ‘come of age’는 ‘나이에 오다,’ 즉 ‘성인이 되다’라는 뜻입니다. 성장담을 다룬 영화를 ‘coming-of-age film’이라고 합니다. ‘너는 우리의 젊은 나라(미국)에서 성장해 나갈 것이다’라며 부모와 헤어지게 된 불법 이민자 자녀를 격려하는 내용입니다. ‘우리는 너를 위해 싸울 것이고, 피를 흘릴 것이다’라는 가사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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