뤼터 총리, 이민자 입국 제한 주장
연립정부내 이견 커지자 사퇴 표명
난민 급증 반발에 유럽 정계 흔들
2010년부터 집권 중인 네덜란드의 최장수 총리 마르크 뤼터 총리(사진)가 자신이 추진하는 난민 제한 정책에 대한 연립정부 내 이견을 이유로 사퇴 의사를 밝혔다. 2015년 시리아 난민이 대거 유럽으로 몰려온 데다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또다시 난민이 대거 발생하자 유럽 각국이 난민 문제로 진통을 겪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뤼터 총리는 7일 기자회견에서 “이민 정책에 관한 연립정부 동반자들과의 견해차를 극복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사퇴와 연정 해체를 선언했다. 그는 8일 빌럼알렉산더르 국왕에게도 사직서를 제출했다. 뤼터 총리는 총선이 치러지는 11월까지 직을 유지하기로 했지만 난민 정책을 둘러싼 국론 분열과 정계 혼란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뤼터 총리가 이끄는 우파 성향의 ‘자유민주당’은 중도우파 ‘기독민주당’, 보수 ‘기독교연합당’, 진보 ‘민주66당’과 연정을 구성하고 있다. 최근 자유민주당은 이미 네덜란드에 들어온 전쟁 난민이 고국의 어린 자녀까지 추가로 데려오는 것을 월 200명 이내로만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민주66당 등이 “가족을 해체시켜선 안 된다”며 반대했고 양측은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시흐리트 카흐 재무장관 겸 민주66당 대표는 “대화에 임했지만 타협이 불가능한 수준이었다”고 밝혔다.
네덜란드의 난민 신청자 수는 2021년 3만6620명에서 지난해 4만7991명으로 31% 급증했다. 올해 연말이면 난민 유입 규모가 7만 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해 주택, 식량, 일자리 부족 등 사회문제가 더 심각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국토의 약 4분의 1이 해수면보다 낮은 네덜란드에서는 주택 부족에 대한 국민 불만이 상당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 “부유한 국가로의 이민 급증이 국민들 사이에서 반발을 일으키고 있다”면서 네덜란드 연정 붕괴는 이러한 현상을 반영한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짚었다. WSJ 분석에 따르면 2022년 부유한 국가의 노동력 부족과 개발도상국의 경제 악화가 심화하면서 전 세계에서 약 500만 명이 부유한 국가로 이주한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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