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펑(何立峰) 중국 부총리가 미중 관계 경색의 주요 원인이던 중국 정찰풍선의 미국 영공 침입에 유감을 표했다. 올 2월 정찰풍선 사건 이후 중국 고위 관계자의 유감 표시는 처음이다. “기상 연구용 풍선이 경로를 벗어났을 뿐”이라고만 주장하던 중국의 태도 변화가 양국 군사 분야 소통 재개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9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허 부총리는 8일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을 만나 “불행하게도 비행선(정찰풍선의 중국식 표현)을 포함한 몇몇 예상하지 못한 사건 때문에 양국 정상이 도달한 합의 이행에 어려움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첫 대면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관계 개선에 합의했지만 지지부진했던 이유가 ‘정찰풍선 사건’이었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중국 정찰풍선은 2월 미국 핵미사일 격납고가 있는 북서부 몬태나주 맘스트롬 공군기지 인근 상공에서 발견됐다. 미국 정부는 “미 군사시설을 감시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전투기를 출격시켜 정찰풍선을 격추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당시 예정된 중국 방문을 전격 취소했다. 중국도 이에 반발하면서 양국 고위급 소통은 전면 중단됐다.
이번에 중국이 한발 물러나면서 정찰풍선 사건이 사실상 일단락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경제 무역 환경 기후변화 같은 분야에서 양국 소통이 더욱 활발해지는 기폭제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당장 블룸버그통신은 존 케리 미 기후변화 특사가 이달 중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보도했고,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도 조만간 방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색된 양국 군사 분야 소통 복원은 미국으로 공이 넘어갔다는 관측도 나온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달 말 중국을 찾아 양국 정상 합의에 따른 고위급 대화 재개 의사를 피력했지만 군사 소통 채널 복원에는 실패했다. 중국이 미 정부 제재 명단에 오른 리상푸(李尙福) 국방부장(장관)에 대한 제재 해제가 군사 소통 재개의 선결 조건이라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초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도 미국은 양국 국방장관 회담을 요구했지만 중국은 “회담을 요구하면서 제재를 유지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면서 거부했다. 같은 달 28일에는 주미 중국대사관이 “미국은 중국과의 군사 대화가 어려운 이유를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이러한 장애물은 반드시 제거돼야 한다”고 밝혔다.
항공기술자 출신 리 부장은 2018년 러시아 수호이(Su)-35 전투기, S-400 방공 미사일체계 구매 등을 주도해 제재 명단에 올랐다. 하지만 시 주석은 오히려 그를 고속 승진시켰고 올 3월에는 국방부장에 중용했다. 당시 주요 외신은 시 주석이 미국에 밀리지 않겠다는 의도를 보여주기 위한 포석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