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한창… 가입 만장일치 찬성 불가”
獨도 러와의 극한대립 우려에 반대
대신 ‘이스라엘식 안전보장’ 추진
젤렌스키도 “전쟁 끝난뒤 가입” 거론
11, 12일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이 주요 의제로 부상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다음 목표는 우리가 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발트3국과 동유럽 주요국은 나머지 회원국에 “가입 허용”을 촉구하고 있다. 반면 미국, 독일 등은 러시아와의 극한 대립을 우려해 반대하는 분위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9일 “우크라이나는 아직 (나토 가입) 준비가 안 됐다. 가입 투표 요구는 시기상조”라며 명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혔다. 대신 나토 회원국이 아니지만 미국이 안전 보장을 제공하고 있는 이스라엘 사례를 거론하며 우크라이나에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 바이든 “이스라엘식 안전 보장”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CNN 인터뷰에서 “전쟁이 한창인 지금 우크라이나를 나토 회원국으로 받아들일지를 두고 나토 내 만장일치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우크라이나를 받아들이면 회원국 모두가 러시아와의 전쟁에 직접 참전하게 될 수 있다는 점도 짚었다. 나토 헌장 5조는 ‘회원국에 대한 무력 공격은 전체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필요시 무력 사용과 원조를 제공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신 “이스라엘과 유사한 방식으로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안보를 지속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나토 회원국이 아닌 이스라엘과 1975년 일종의 안보 양해각서를 체결해 현재까지 약 1580억 달러(약 206조 원)의 군사 원조를 제공했다. ‘상호 방위조약’ 같은 정식 조약을 체결하지 않아도 무기 및 군사훈련, 기밀정보 공유, 경제 지원 등이 가능한 것이 핵심이다. 이슬람 국가로 온통 둘러싸여 1948년 건국 후 내내 안보 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핵심 동맹 이스라엘을 지켜주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미국, 독일 등은 정상회의 기간 동안 공동성명 등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이스라엘식 안전 보장’을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성사되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 완전 철수한 후에도 우크라이나는 나토 회원국으로부터 군사적, 경제적으로 지원받을 수 있는 근거를 가지게 된다.
이 같은 행보가 러시아에 종전 및 평화협상 체결을 압박하는 지렛대로 작용할 것이란 기대도 크다. 미 싱크탱크 스팀슨센터는 “이스라엘식 안전 보장 제공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못지않게 러시아에 위협적일 것”이라며 강력한 협상 카드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 동유럽 “가입 절차와 일정은 확정해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또한 9일 미 ABC방송 인터뷰에서 ‘종전 후 나토 가입’을 거론하며 바이든 대통령의 부담을 덜어줬다. 그는 “전쟁이 끝난 후 회원국이 되기 위해 필요한 변화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했다. 다만 우크라이나의 가입 여부는 “정치적 의지의 문제”라며 가입에 미온적인 일부 회원국에 불만을 드러냈다.
이스라엘식 안전 보장의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사실상 핵보유국’인 이스라엘과 달리 우크라이나는 옛 소련 시절 보유했던 핵을 자진 폐기한 만큼 핵강국 러시아를 제어할 카드가 많지 않다. 이에 우크라이나의 가입을 찬성하는 동유럽 회원국은 이번 회의에서 최소한 가입을 위한 구체적인 절차와 일정은 확정해야 한다는 뜻을 나타내고 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9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때가 되면 우크라이나가 회원국이 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와 동유럽 회원국 모두를 달랬다.
하지만 같은 날 폴 키팅 전 호주 총리는 스톨텐베르그 총장이 오로지 미국의 대리인처럼 행동한다며 “국제무대의 최고 바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키팅 전 총리는 미국의 이해에 따라 아시아태평양으로도 확장하려는 나토의 시도가 역내 갈등을 강화시킬 것이며 호주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립을 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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