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경제 회복이 예상 밖으로 더딘 중국에서 이른바 ‘4불(不) 청년’이 증가하고 있다. ‘4불 청년’은 연애·결혼·내 집 마련·출산을 안 하겠다는 청년층을 가리키는 말이다. 한국의 ‘삼포(연애·결혼·출산 포기) 세대’나 ‘오포(연애·결혼·출산·내 집 마련·인간관계 포기) 세대’와 비슷한 개념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중국 젊은층 사이에서 미래에 대한 확신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면서 “코로나19 사태 여파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치하의 강력한 사회통제가 젊은층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 中 혼인신고 역대 최저
11일 홍콩 싱다오일보는 “중국의 한 지방정부가 젊은층 중매 애플리케이션(앱)까지 운영하는 등 연애·결혼 활성화에 나서고 있지만 ‘4불 청년’이 오히려 더 늘어나고 있다”며 “경제가 살아나지 않고 청년실업률이 역대 최악으로 치솟으면서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중국 전역에서 혼인신고 건수는 683만 건으로 전년(763만 건)보다 80만 건 줄었다. 혼인신고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86년 이후 가장 적은 수치다. 중국의 혼인신고 건수는 2014년 이후 9년 연속 감소하고 있다.
2013년 1346만 건에 달하던 혼인신고는 2014년 1306만 건으로 떨어졌다.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해 2019년에는 사상 처음으로 1000만 건 아래로 내려왔고 2020년 800만 건, 2021년 763만 건까지 줄었다. 2013년과 지난해를 비교하면 10년 사이 반토막 난 셈이다.
중국 당국은 혼인신고 건수가 줄어든 이유로 1990년대 이후 출생인구 감소, 결혼 가능 인구 중 남성이 여성보다 많은 인구 불균형 그리고 ‘차이리(彩禮·결혼식 때 신랑이 신부 측에 주는 지참금)’ 문제를 꼽았다. 지난해 과도한 지참금 문화를 바꾸기 위해 당국에 신고하도록 하는 개혁 방안까지 마련했지만 실효성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NYT는 “중국에서 젊은층의 정치적, 경제적 혼란이 결혼을 하지 않는 이유가 되고 있다”고 10일 보도했다. NYT는 “중국이 지난 3년 동안 실시한 강력한 ‘제로 코로나 정책’이 청년들의 불확실성을 키웠다”면서 “특히 지난해 상하이를 갑자기 두 달 간 봉쇄한 것은 중국 청년들의 낙관적 사고를 위축시켰다”고 분석했다.
● ‘4불’ 청년들 시한폭탄 될 수도
중국 당국은 국가가 후원하는 데이트 행사를 개최하거나 남편과 부인이 육아 책임을 분담해야 한다는 캠페인을 진행하는 등 결혼 장려책을 적극적으로 펴고 있다. 그러나 미래에 대한 젊은층의 불안감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많다.
‘4불 청년’들이 증가하는 등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중국 일부에서는 젊은층이 중국공산당 체제를 위협하는 ‘시한폭탄’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애국주의, 민족주의 교육을 받고 자라나 중국공산당 최대 지지층이 된 ‘주링허우(九零後·1990년대 이후 출생)’와 ‘링링허우(零零後·2000년대 이후 출생)’가 경제위기 앞에 급격히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분위기의 밑바탕에는 20.8%(5월 기준)까지 치솟은 역대 최악의 청년실업률(16~24세) 등이 있다. 청년들이 아예 구직을 포기하고 ‘탕핑(躺平·누워서 아무것도 하지 않음)족’, ‘바이란(擺爛·모든 것을 포기한다는 뜻)족’이 돼간다는 분석도 많다. 최근에는 부모에게 얹혀 사는 것을 당연시하는 ‘전업자녀(취안즈얼뉘·全職兒女)’까지 증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연애·결혼·내 집 마련·출산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중국 누리꾼들은 “경제적으로 스스로를 돌볼 수 없는 사람이 어떻게 연애를 하고 결혼해 가정을 꾸리겠느냐”, “연애를 지원할 게 아니라 취업을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고 홍콩 싱다오일보는 전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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