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60억 달러(1142조4084억 원)에 달하는 내년 미 국방 예산이 담긴 ‘국방수권법’(NDAA) 하원 표결을 앞두고 여군의 낙태, 인종차별 교육 금지 등 일부 조항에 대한 공화당과 민주당 간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미군 존중 차원에서 지난 60여년 간 초당적으로 처리돼 온 국방수권법이 문화충돌의 한복판에 서 있는 모양새다.
워싱턴포스트(WP)는 11일(현지 시간) “올해의 국방부 정책 법안은 낙태 접근권, 성소수자(LGBTQ)의 권리, 군대 내 다양성 증진을 위한 노력 등을 두고 지저분한 당파적 싸움에 직면해 있다”며 “(국방수권법이) 미국의 국가 안보에 대한 구체적인 접근 방식이 아니라 문화 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고 보도했다. 국방수권법은 내년도 미 국방예산안과 미군 주요 사업 방향을 담은 법안이다.
공화당이 주도하는 하원은 이르면 이번주 국방수권법에 대한 표결을 진행할 방침이다. 지난달 하원 군사위원회를 통과한 법안에는 군대 내 인종 차별 교육을 금지하고 다양성 책임자 지위를 없애는 내용이 담겼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거부로 강제 제대한 군인들을 복직시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일부 공화당 강경파 의원들은 여군에 대한 낙태 지원을 금지하는 내용의 개정안이 최종 법안에 반영돼야 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낙태 지원을 두고 미군 내 갈등은 커지고 있다. 앞서 국방부는 연방 차원의 낙태권을 인정한 판결을 연방 대법원이 지난해 폐기하자 낙태가 금지된 주(州)에 거주하는 군인들에게 낙태하는 데 필요한 여행 경비와 휴가를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공화당 하원 의원들은 이번 국방수권법에 낙태와 관련된 비용을 지불하거나 상환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조항이 포함돼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공화당 연방 상원 의원이 국방부의 낙태지원 정책 폐기를 요구하며 국방부 및 군 인사 인준을 보류하면서 미국 해병대가 164년 만에 처음으로 사령관 없는 공백 사태를 맞기도 했다.
미 하원 군사위원회 소속 아담 스미스(민주당)는 “우리는 펜타곤(미 국방부)이 성소수자, 여성, 유색인종 등 역사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을 모집하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군대가 다양성을 포용하지 못하면 능력 있는 인재를 모집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이같은 갈등이 계속되면서 하원에서 국방수권법이 우여곡절 끝에 통과되더라도 민주당이 주도하는 상원에서 통과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야당 공화당 소속인 마이크 로저스 하원 군사위원장은 “미국의 안보와 우리 군인들의 필요를 증진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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