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혁, 한국인 피아니스트로 최초 참가
“생애 처음으로 가장 많은 청중이 내 공연 봐”
“바이올린도, 지휘도…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요”
롱티보재단 “재능을 나눌 준비가 된 연주자”
“프랑스 최대 국경일에 에펠탑 앞에서 수많은 청중들을 위해 연주하니 너무 설레서 힘든 줄도 모르겠어요.”
프랑스 혁명기념일인 ‘바스티유의 날’인 14일(현지 시간) 파리 에펠탑 앞 샹드마르스 광장서 열린 클래식 콘서트 ‘콩세르 드 파리’ 시작에 앞서 무대 앞에서 만난 피아니스트 이혁 씨(23)는 “공연장 인근 도로에 설치된 TV 중계로도 35만 명~50만 명 가까이가 오늘 공연을 본다고 하니 생애 처음으로 가장 많은 청중이 내 공연을 보게 된다”며 이 같이 말했다. “프랑스 최대 국경일 행사에 참여해 더 의미가 있다”며 “솔로 연주 뒤 콘서트가 끝나는 밤 11시가 되기 10분 전 아티스트들이 모두 함께 노래를 부르는 데 전율이 있을 것 같다”고도 했다.
이 씨는 한국인 피아니스트로는 이 공연에 처음 참가했다. 이날 오후 8시 40분경 첫 순서로 무대에 올라 쇼팽의 ‘녹턴 올림 다단조’와 ‘영웅 폴로네즈’, 러시아 피아니스트 아르카디 볼로도스가 편곡한 모차르트의 ‘터키행진곡’등 3곡을 20여 분간 연주했다. 지난해 11월 프랑스 롱티보 콩쿠르 피아노 부문에서 공동 1위를 수상한 자격으로 이번 콘서트의 시작을 장식했다. 세 살 때 처음 바이올린을 접하며 음악을 시작한 이 씨는 “제가 세 살 때부터 음악을 들으면 굉장히 즐거워했다고 엄마가 말씀하시더라”며 “열 살 때 생애 처음으로 해외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면서 청중의 환호를 듣는 순간 ‘음악가를 해야겠다’ ‘음악가를 직업으로 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했다.
이 씨의 궁극적인 목표는 지휘자가 되는 것. 그는 “바이올린으로도 청중을 만나고 싶고 지휘자도 궁극적 목표고 체스의 ‘그랜드마스터(Grandmaster)’도 달성하고 싶다”며 “하고 싶은 게 너무 많다”며 웃었다. 그러면서도 “항상 음악 앞에 진실하고, 진솔하게 음악을 파고드는 음악가로 남고 싶다”고 진중한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한국에서 기부 콘서트를 열었던 이 씨는 “음악으로 청중과 나누고 어려운 분들을 도와서 뜻 깊었다”며 “앞으로도 최대한 나누고 싶다”며 기부 콘서트를 이어갈 의지를 드러냈다.
2012년 모스크바 쇼팽 청소년 콩쿠르에서 우승한 이 씨는 2016년 폴란드 파데레프스키 콩쿠르에서 최연소로 우승하며 이름을 널리 알렸다. 2018년 일본 하마마쓰 콩쿠르에서도 3위에 올랐고, 2021년 12월 프랑스 아니마토 콩쿠르에서 우승한 데 이어 지난해 11월 프랑스 롱티보 국제 콩쿠르에서도 공동 1위를 거머쥐었다.
롱티보 재단의 제라르 베케르만 회장은 이 씨에 대해 “자신에게 주어진 재능을 언제나 나눌 준비가 돼 있고 청중과 교감하려는 깊은 의지가 있는 연주자”라며 “피아노를 잘 연주하는 다른 연주자들도 있지만 연주를 잘 하면서도 이런 점을 갖춘 연주자는 많지가 않다”고 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