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의 대표 제품 ‘버킨백’의 탄생에 영감을 준 영국의 배우 겸 가수 제인 버킨이 16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고 르파리지앵 등 프랑스 언론들이 전했다. 향년 77세. ‘시대의 패션 아이콘’으로 사랑받은 그는 동물 보호 등 사회 운동가로도 활약했다. 2021년 14번째 앨범을 냈고 2018년에는 월드투어를 하는 등 최근까지 음악 활동을 이어왔다.
1946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난 버킨은 1965년 배우로 먼저 데뷔했다. 이후 프랑스 배우, 가수, 작곡가인 세르주 갱스부르(1928~1991)와의 동반자 관계로 유명해졌다. 둘은 1968년 프랑스 영화 ‘슬로건’에서 상대역으로 만나 사랑에 빠졌다.
둘은 12년간 연인 겸 음악 파트너로 함께 하며 ‘주 템 무아 농 플뤼(Je t’aime… moi non plus)’, ‘예스터데이 예스 어 데이’ 등 명곡을 남겼다. 둘 사이에는 딸 샤를로뜨 갱스부르(52)가 있다. 샤를로뜨 역시 배우 겸 가수로 활발하게 활동하며 ‘제인 에어’ 등에 출연했다.
버킨은 배우로도 재능을 발휘했다. 장뤼크 고다르, 홍상수 등 여러 유명 감독의 작품에 출연했다. 2012년 한국 공연을 앞두고 진행한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배우로서 홍상수 감독을 존경한다”며 기회가 된다면 홍 감독 영화에 출연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후 방한 일정 중 홍 감독의 영화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를 촬영했다.
아이티, 태국 등을 직접 방문해 인도주의 활동에 나서기도 했다.
버킨백의 탄생 일화 또한 유명하다. 1983년 파리에서 런던으로 가는 비행기에 탄 당시 에르메스 당시 장루이 뒤마는 우연히 버킨과 옆자리에 앉게 됐다. 좌석 위쪽 짐칸에 자신의 가방을 넣으려다 내용물이 쏟아진 버킨은 뒤마에게 “가죽으로 만든 마음에 드는 주말용 가방을 찾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러자 뒤마는 버킨을 위해 부드러운 검은 가죽으로 만든 가방을 새로 만들었다. 개당 수천 만원~수 억원을 호가하는 버킨백은 돈이 있다고 살 수 없는 가방으로도 유명하다. 버킨은 2015년 에르메스에 “내 이름을 빼 달라”고 요구했다. 이 가방을 만들기 위해 잔인한 방식으로 동물 가죽을 취하는 것에 항의하는 차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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