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해에서 우크라이나로 향하는 선박을 적(敵)으로 간주하겠다고 경고한 러시아가 흑해 북서 해상에서 미사일 실사격 훈련을 실시했다. 우크라이나는 “흑해에서 러시아로 향하는 선박이 공격받을 수 있다”며 맞섰다. 흑해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21일(현지 시간) 텔레그램 성명을 통해 “(러 해군) 흑해함대가 흑해 북서부 훈련장에서 표적함(艦)을 향해 순항미사일 사격을 했다. 표적함은 파괴됐다”고 밝혔다. 이어 “합동 훈련에서는 일시적 항행 통제된 해역을 고립시켜 위반 선박을 억류하는 조치도 취했다”고 했다.
17일 흑해곡물협정의 일방 종료를 선언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자국산 곡물 수출 대체 항로를 마련하겠다고 하자 우크라이나행 선박을 적함으로 간주하겠다고 한 데 이어 실사격 훈련까지 벌인 것. 윌리엄 번즈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이날 애스펀 안보 포럼에서 “러시아가 흑해에서 민간 선박을 공격하고 우크라이나 탓으로 돌리는 ‘가짜 깃발’ 작전을 준비하고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은 이날 나흘 연속으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항구가 있는 남부 오데사에 미사일 7발을 날려 곡물 저장소 등을 파괴했다고 오데사 주정부가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맞대응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20일 성명에서 “21일 0시부터 러시아가 통제하는 흑해 항구로 향하는 모든 선박이 공격 표적이 될 수 있다”며 “우크라이나에 위험이 될 군용 화물 운송으로 간주될 수 있다”고 밝혔다.
흑해가 긴장감에 휩싸인 가운데 우크라이나군이 논란이 된 집속탄을 전장에서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우크라이나군이 최근 남동부 전선에서 집속탄을 썼다고 전했다. 집속탄은 모(母)폭탄 속에 수백 개 자(子)폭탄이 함께 터져 여러 목표를 동시다발로 공격할 수 있어 민간인 살상이 우려되는 무기다. 미국 러시아 우크라이나를 제외한 세계 120여 개국에서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이 차단될 위기 속에서 세계 쌀 수출 40%를 차지해 1위 국가인 인도가 폭우로 인한 농작물 피해 등을 이유로 기존 수출량 절반가량의 쌀 수출을 중단하기로 했다. 이날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인도 정부는 “국내 시장 쌀 공급 보장과 쌀값 상승세 진정을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인도 정부에 따르면 지난달 쌀 소매가는 한 달 전보다 3%, 지난해보다 11.5% 올랐다. 수출 금지 쌀 품목은 비바스마티 백미와 깨진 쌀로 지난해 인도 쌀 수출량 2200만 t 중 약 45%인 1000만 t을 차지한다.
농업 분야 데이터 분석 플랫폼 ‘그로 인텔리전스’는 이번 조치로 인도산 쌀 주요 수입국 중국 방글라데시 네팔 등에서 식량 불안이 악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태국 쌀 수출협회 명예회장 추끼앗 오파스웡세는 “일부 상인들은 가격이 t당 700~8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예상한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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