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토 수복위해 우크라戰 개입” 주장
폴란드 “영토수복 주장은 사실무근”
푸틴, 루카셴코 만나 대처방안 논의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돕고 있는 폴란드 간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특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폴란드를 향해 “(폴란드와 국경을 맞대며 러시아를 돕고 있는) 벨라루스에 대한 어떤 공격도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하겠다”고 경고하면서 동유럽 국가의 군사적 긴장도 높아지고 있다. 푸틴 대통령과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23일 회담을 갖고 폴란드에 대한 공동 대처 방안 등을 논의했다.
푸틴 대통령은 21일 국가안보회의에서 폴란드가 러시아의 조력국 벨라루스의 안보를 위협한다며 “벨라루스에 대한 어떤 공격도 러시아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푸틴 대통령의 발언은 폴란드와 벨라루스 국경에서 긴장감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나왔다. 벨라루스는 20일 폴란드 접경 지역인 남서부 브레스트주 훈련장에서 자국군과 최근 벨라루스에 주둔한 러시아 민간 용병회사 ‘바그너그룹’의 합동 훈련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폴란드는 “명백한 도발 행위”라면서 국경 지역에 2개 여단을 배치하는 등 경계 태세를 강화한 상태였다.
푸틴 대통령은 또 “폴란드가 영토 수복을 위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직접 개입하려 한다”고 주장하며 “폴란드는 자국의 서부 영토가 ‘스탈린의 선물’임을 잊고 있다”고 했다.
제2차 세계대전 승전국인 미국, 영국, 소련 3국은 패전국인 독일 땅 일부를 떼어내 당시 독일이 가장 먼저 침공했던 폴란드에 보상으로 제공하기로 합의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를 두고 당시 옛 소련 지도자 이오시프 스탈린의 배려에 따른 것이라는 주장을 편 셈이다. 그러나 폴란드는 독일 영토 일부를 받는 대신 자국 동쪽 영토의 일부를 소련에 내줘야 했다. 폴란드 입장에서는 “스탈린 덕에 폴란드가 국경을 넓혔다”는 주장에 발끈할 수밖에 없다.
푸틴 대통령의 발언에 격분한 폴란드는 22일 세르게이 안드레예프 주폴란드 러시아대사를 초치했다. 파벨 야블론스키 폴란드 외교차관은 이후 취재진에게 푸틴 대통령의 ‘선물’ 발언에 대해 “허구적인 역사 주장”이라며 “푸틴이라는 현재의 전범(戰犯)이 스탈린이라는 과거 전범의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야블론스키 차관은 폴란드가 우크라이나 영토를 되찾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한 것 또한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과 루카셴코 대통령은 23일 러시아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 인근 스트렐나 지역의 콘스탄티놉스키 궁에서 만났다. 두 정상의 만남은 지난달 말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이끄는 바그너그룹의 무장 반란 이후 처음이다.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루카셴코 대통령이 이 자리에서 우크라이나의 대반격과 관련해 “반격이 없다”고 말하자 푸틴 대통령은 “존재하지만 실패했다”고 화답했다.
푸틴 대통령과 루카셴코 대통령의 만남을 두고 폴란드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폴란드의 추가 지원을 중단시키려는 시도가 담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두 정상은 24일에도 만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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