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물 없었지만 주체-목적 미궁
中당국 협조 없인 규명 힘들 듯
대만에서 국내로 배송된 수상한 소포가 당초 중국 선전에서 발송됐다는 주장이 나오는 가운데 3년 전인 2020년 7월에도 흙이나 씨앗 등이 담긴 중국발(發) 국제우편물이 미국, 영국, 캐나다, 대만 등에서 발견돼 큰 혼란이 일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던 시기와 겹쳐 생화학 테러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되기도 했다.
2020년 당시 미국 켄터키, 버지니아, 유타, 워싱턴, 루이지애나, 오하이오, 텍사스 등 최소 9개 주민들에게 중국에서 발송된 정체 불명의 소포가 전해졌다. 소포 겉면의 내용물 정보에는 보석, 장난감 등이 적혀 있었지만 실제로는 씨앗 등이 들어 있었다. 한 텍사스주 주민은 중국 쑤저우에서 온 소포를 받았는데 겉면에 ‘목걸이’라고 적혀 있었지만 열어 보니 해바라기씨처럼 생긴 것이 들어 있었다고 한다.
캐나다 식품검사국(CFIA)은 당시 성명을 내고 “미국에서 발견된 것과 비슷한 중국발 소포가 온타리오주 등에서도 발견됐다”면서 “씨앗을 심거나 자체 폐기하지 말고 반드시 신고하라”고 밝혔다. 대만에서도 ‘식물배양토’라고 적힌 중국 상하이발 소포가 발견됐다.
‘소포 사건’ 발생 이후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와 CFIA, 대만 행정원 동식물방역검역국 등 각국 관계기관이 조사에 나섰다. 조사 결과 우편물에 들어 있던 흙이나 씨앗 등에서 위험 성분은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누가 어떤 목적으로 발송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FTC는 “중국 온라인 쇼핑몰에서 ‘브러싱 스캠’(판매 실적을 부풀리기 위한 무작위 배송)을 벌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했다.
당시 중국 외교부는 “중국 우체국이 확인한 결과 봉투의 정보는 위조된 것이었다. 식물 종자는 만국우편연합의 금지 물품에 속하며 중국 우체국은 이를 엄격히 준수한다”고 밝혔을 뿐 별도의 추가 조사는 하지 않았다.
이번에 국내에서 발견된 문제의 국제우편물이 대만 수사당국의 조사대로 중국에서 발송된 것이라면 중국 당국의 협조 없이는 실체 규명이 쉽지 않다. 2020년과 달리 이번에는 한국 외에 다른 나라에서 수상한 소포를 받은 사례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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