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29일 러시아군에 징집된 비탈리 탁타쇼프(31·사진)에게 훈련소에서 밤중 들리는 총과 대포 소리나 드론(무인기) 등은 전부 생경했다. 5일 뒤 우크라이나 남부 자포리자 지역 최전방에 배치된 탁타쇼프는 일기에 “사랑하는 아내에게. 당신과 아들이 정말 보고 싶다. 당신과 함께 늙어 가고 싶다. 부디 기다려 달라”고 썼다.
탁타쇼프는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건설 노동자로 일했다. 여느 가족처럼 주말에는 세 살배기 아들이 세발자전거 타는 것을 도와줬고 크리스마스에는 쇼핑센터에 가고 여름에는 휴가를 떠났다.
군에서 모든 일상은 파괴됐다. 자포리자 주둔군 70연대 소속이던 그에겐 하루하루가 지옥이었다. 지휘관은 교전 중 연대를 버리고 도망쳤다. 탁타쇼프는 “연대장은 죽여 마땅하다”고 적었다.
지지부진한 전황 탓에 고대하던 새해 휴가의 소망이 꺾이자 그는 좌절했다. “나 자신과 주변인을 총으로 쏴 버리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나무를 베다가 내 발목을 부러트려서라도 아내에게 돌아갈 생각을 했다.”
그는 끝내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지난달 22일 아내와의 통화가 마지막이었다. 퇴각하는 러시아군은 그의 시신도 수습하지 않았다. 시신을 발견한 우크라이나군 병사는 “우리가 그를 묻었다”고 이달 23일 영국 더타임스에 말했다. 그가 남긴 것은 절망적인 일상을 써 내려간 일기가 담긴 33쪽 분량의 스프링노트 한 권이었다.
러시아군은 이날도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항구도시 오데사를 공격해 229년 전 지어졌다 2000년대 재건된 정교회 성당을 반파했다. 이 성당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보복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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