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4명 사살했다”…조용히 러軍 없애는 ‘바흐무트의 유령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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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8월 1일 15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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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비시간을 갖는 우크라이나군 저격수.BBC WORLD 유튜브 캡처
개인정비시간을 갖는 우크라이나군 저격수.BBC WORLD 유튜브 캡처

최근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최대 격전지로 평가받는 바흐무트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 저격수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들은 야밤에 소리소문없이 러시아군을 사살한다고 해서 특별한 별명이 붙었다.

31일(현지 시각) 영국의 BBC 방송에 따르면 최근 우크라이나 바흐무트 지역에서는 ‘바흐무트의 유령들’이라고 불리는 20명 규모의 우크라이나군 최정예 저격팀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6개월간 바흐무트 지역에서 야간 저격 작전을 수행하며 높은 임무 성공률을 과시하고 있다. 이들은 주로 러시아군 간부와 저격수 암살 임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이들이 지금까지 사살한 러시아군은 총 524명으로 확인됐다.

사살된 러시아군 중 76명은 이름을 밝히지 않은 저격팀 지휘관이 혼자 사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지휘관은 신분이 노출되지 않게 변장한 후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일대에서 공포를 불러일으키면서 ‘바흐무트의 유령들’(이하 유령들)로 불리게 됐다”고 밝혔다.

매체는 이들이 늦은 밤 활동을 시작해 임무를 마치고 돌아오는 일과를 스케치 형식으로 보도했다.

유령들은 해 질 무렵이 돼서야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장갑차에 탑승한다. 장갑차는 저격팀을 태운 채 지뢰가 가득한 흙길을 이동한다. 이들은 노출을 줄이기 위해 목표 지점에서부터 약 1.6㎞ 떨어진 곳에 하차해서 도보로 이동하며 밤새 임무를 수행한다. 임무는 항상 새벽에 끝난다. 이들은 자신과 동료의 무사 귀환을 위해 매번 성호를 그으며 기도한다.

BBC와 인터뷰를 진행하는 ‘바흐무트의 유령들’ 저격팀 지휘관. BBC WORLD 유튜브 캡처
BBC와 인터뷰를 진행하는 ‘바흐무트의 유령들’ 저격팀 지휘관. BBC WORLD 유튜브 캡처

유령들은 러시아군을 사살해야만 하는 상황이 달갑지만은 않다고 전했다. ‘쿠지아’라는 콜사인으로 유령들의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 저격수는 “자랑스러워할 일은 전혀 아니다. 우리는 사람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적을 파괴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쿠지아는 총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지만 러시아의 침공으로 어쩔 수 없이 무기를 들었다고 한다. 그는 “매 임무가 위험하다. 실수하면 적의 역공을 받는다”며 “물론 나도 무섭다. 바보들이나 두려움을 느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 팀원들이 살아서 임무를 마치고 돌아온 날 “모두가 살아 돌아와서 기쁘다”고 했다.

지난 6개월간 팀원들이 크고 작은 부상을 많이 입었지만, 전사자는 없었다고 한다. 유령들의 팀원이 되기 위해서는 군 기술이나 경험보다도 인간애와 애국심이 더 중요하다고 한다.

유령들은 이들의 임무가 바흐무트를 탈환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은 하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우크라이나군의 사기를 높일 수는 있다고 믿고 있다.

쿠지아는 “모든 여정이 우리의 마지막일지 모르지만, 우리는 고귀한 행동을 하고 있다”며 “저격팀 하나로 바흐무트를 되찾을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최소한 전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아무 소리도 없이 러시아군을 사냥하는 것은 적에게 심리적 영향을 미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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