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30년 장기 집권체제를 굳힌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터키) 대통령이 아들에게 권력을 세습하기 위한 구상에 착수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스웨덴 기반 비영리 매체인 노르딕모니터는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튀르키예의 권위주의 통치자인 에르도안은 자신의 건강 문제에 대비해 아들이 자신의 뒤를 이을 수 있게 하는 계획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대선 직전인 4월 방송 인터뷰 도중 복통을 호소한 뒤로 한동안 외부 일정을 취소해 건강 이상설이 돌았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후계자로 꼽히는 인물은 빌랄 에르도안(42·사진)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2남 2녀 중 차남으로 미국에서 석·박사를 딴 유학파다. 튀르키예에서 해양 운송업체를 운영하는 사업가로 알려졌다. 공직 경험은 없지만 튀르키예에서 정계 입문용 ‘스펙’으로 여겨지는 터키청년재단(TUGVA), 터키청년교육재단(TURGEV) 감독을 겸하고 있다.
빌랄이 에르도안의 후계자로서 본격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한 계기는 지난달 그가 에르도안 대통령의 중동 국가 순방에 공개적으로 동행한 것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실세로 꼽히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비롯해 아랍에미리트(UAE) 등을 돌며 각국 지도자들과 연이어 회담했다. 이 과정에서 아버지와 함께 순방길에 오른 빌랄이 각국 유력 인사들과 인사를 나누는 장면이 포착됐다.
노르딕모니터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자발적으로 정치 일선에서 물러날 의사가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며 “예기치 못하게 건강이 악화될 경우 승계가 필요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빌랄은 비공식적인 튀르키예의 왕세자”라며 “에르도안 대통령은 ‘에르도안 왕조’를 세워 장기 집권을 이어가려는 열망을 숨기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