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현지 시간) 아카시 팔키왈라 퀄컴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시장 예상보다 어두운 하반기 실적 전망을 내놓으며 이같이 발언하자 퀄컴 주가의 하락폭이 커지기 시작했다.
반도체 기업 퀄컴은 스마트폰 통신 칩 시장의 강자다. 그런 퀄컴의 어두운 전망은 곧 스마트폰 수요 저하가 예상보다 장기화될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퀄컴의 2분기(4~6월·자체 회계연도 3분기) 실적 발표 후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6.94% 폭락했다.
이날 그래픽처리장치(GPU) 기업 AMD(-7.02%)와 엔비디아(4.81%)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 주가도 줄줄이 하락했다.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 피치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 여파로 나스닥 지수가 2.2% 하락하는 등 전반적 약세를 감안하더라도 눈에 띄는 낙폭이다.
하반기가 시작됐지만 여전히 정보기술(IT) 기기에 대한 수요 회복이 더딘 데다 인공지능(AI) 효과가 과장됐을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 반도체 침체가 장기화된다면 ‘반도체의 봄’에 회복 기대를 걸어 온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
● 반도체 겨울 길어지나
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가 흔들리기 시작한 시점은 지난달 말 TSMC 2분기 실적발표 이후다. TSMC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위탁생산) 기업으로 종합적인 반도체 경기를 대표하기 때문이다. TSMC는 분기 순이익이 1818억 대만 달러(7조4000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23% 급감했다. TSMC 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하락한 것은 2019년 이후 4년 만에 처음이다. 매출도 10% 하락했다.
2분기 실적 하락은 예견돼 왔기에 시장은 전망에 관심을 쏟았다. TSMC는 스마트폰, PC, 서버 등 거의 모든 기기 수요가 예상보다 악화됐다며 올해 매출이 기존 한 자릿수 감소에서 10%로 감소폭을 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2분기 순이익이 반토막 난 퀄컴은 3분기 매출 전망치 중간값이 85억 달러로, 시장 예상치 87억 달러에 크게 못 미쳤다. 퀄컴은 “(스마트폰) 회복 시기를 예측하기 어렵다”며 인력 감축을 비롯한 비용 절감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반도체 회복의 희망으로 꼽히는 AI는 시장 자체가 아직 작다. 퀄컴도 “(회사 매출에서) AI 비중은 약 6%밖에 안 된다”며 IT 기기 수요 하락을 상쇄할 만큼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GPU 기업 AMD는 AI 수요에 대한 기대를 반영해 낙관적 전망치를 내놨지만 미 투자사 번스타인은 “AMD 실적이 실질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한 전망치가 너무 높다”고 밝혔다.
● ‘中 리스크’ 현실화
반도체 시장의 중국 리스크가 커지는 점도 침체 장기화 우려를 키우고 있다. 세계 최대 반도체 소비국으로 꼽히는 중국 경제 회복이 예상보다 느리다. 중국은 전체 반도체 시장의 약 30%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분기 중국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약 5% 줄었다.
미중 갈등으로 미국의 반도체 수출 규제가 확산되며 중국 판로 자체도 좁아지고 있다. 퀄컴은 “(미국이 제재 중인 중국 IT 기업) 화웨이에 4G(4세대) 칩은 수출 할 수 있지만 더 이상 5G 칩은 판매할 수 없다”고 밝혔다. 리사 수 AMD CEO는 “중국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시장”이라며 AI 반도체 수출 규제 규정을 준수하면서도 “중국 고객 유치에 힘 쓰겠다”고 말했다.
중국 경제 회복 지연과 반도체 경기 침체의 악순환은 한국 경제에 대한 우려를 키운다. 지난달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4%로 5연속 내리며 반도체 경기 침체와 중국 회복 약세를 하향 조정 원인으로 꼽았다. 다니엘 레이 IMF 연구본부 세계전망 담당 수석은 동아일보에 “하반기 반도체 경기가 회복하면 2024년 2.4%로 반등할 수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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