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강 전격 해임으로 본 中 고위층 사정
시진핑의 전방위 기강 잡기
함께 잘 살자는 ‘공동부유’ 발표 후
인터넷-출연작 등에서 이름 삭제
중국은 2021년 중국공산당 창당 100년을 맞아 연예계, 빅테크, 인터넷 등 사회 전반에 대한 이념 단속을 한층 강화했다. 당국을 비판하거나 도덕성 문제로 도마에 오른 연예인들은 ‘례지(劣迹·품행 불량)’로 분류돼 활동을 중단해야 했다. 이들을 두고 ‘홍색 정풍(整風)운동’의 희생양이라는 말이 나왔던 이유다.
대표적 예가 ‘황제의 딸’ 등 각종 드라마에서 주연으로 활약하며 한국에서도 유명한 톱스타 자오웨이(趙薇·47)다. 그는 같은 해 8월 이후 지금까지도 행방이 묘연하다. 주요 포털 사이트에서 그의 이름을 검색하면 아무런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그의 팬클럽은 물론이고 자오의 개인 소셜미디어 계정도 폐쇄됐다. ‘황제의 딸’을 포함해 영화 ‘적벽대전’ ‘뮬란: 전사의 귀환’ 등 그가 출연한 작품의 출연진 목록에서도 이름이 지워졌다.
자오가 사라진 시점도 묘하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2021년 8월 17일 중국공산당 중앙재경위원회에서 ‘공동부유(共同富裕·함께 잘살기)’ 개념을 제시했다. 그는 ‘부의 재분배’를 주창하는 이 개념을 앞세워 알리바바 등 주요 빅테크 기업, 재산이 많은 유명 연예인들을 전방위적으로 옥죄었다.
자오는 공동부유 개념이 등장한 지 불과 9일 후 사라졌다. 프랑스 도피설 등 그의 행방을 둘러싼 각종 추측이 아직도 나돌고 있다.
당시 시 주석은 자신의 3연임이 결정되는 지난해 10월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1년 2개월 앞두고 있었다. 공산주의에 걸맞지 않은 극단적인 빈부격차를 좁히는 것이 자신의 장기 집권 및 정권 안정에 도움이 되리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자오는 중국 금융당국의 낙후된 규제를 ‘전당포 영업’이라고 공개 비판한 뒤 역시 철퇴를 맞은 마윈(馬雲·59) 알리바바 창업주와도 가깝다. 자오는 2009년 싱가포르 부동산 재벌과 결혼한 후 각종 투자로 꾸준히 재산을 불렸다. 자오의 퇴출을 계기로 당시 런민일보 등 관영언론은 일제히 “악행을 저지른 모든 연예인에 대한 철저한 청산이 이뤄져야 한다”고 보도했다. 자오가 본보기가 됐다는 의혹이 힘을 얻었다.
같은 해 12월 업계 1위 쇼호스트 웨이야(薇娅·38) 또한 탈세 혐의로 13억4100만 위안(약 2500억 원)의 천문학적인 벌금을 부과받았다. 이어 추종자가 8000만 명이 넘는 그의 ‘타오바오’ 계정이 삭제됐고 이후 종적을 감췄다. 중국 매체 차이신은 “웨이야 사건은 당국이 라이브 커머스 업계에 보내는 경고의 ‘첫발’”이라며 추가 단속을 경고했다.
가수 연습생 출신 주부였던 그는 2017년 무렵 중국에서 급격하게 성장한 라이브 커머스 시장에서 기회를 잡아 빠르게 부를 축적해 화려한 생활을 자랑했다. 2021년 당시에는 총자산이 약 1조6000억 원에 이르렀던 것으로 추산된다. 비슷한 시기 라이브 커머스 쇼호스트 쉐리(雪梨)도 탈세 혐의로 막대한 벌금을 부과받았다.
당국은 아이돌 팬덤에도 칼을 겨눴다. 2021년 웨이보는 팬들의 모금 활동을 금지했다. 이 와중에 방탄소년단(BTS) 멤버 지민의 중국 팬들이 웨이보에서 생일 축하 광고 비용을 모아 제주항공 비행기를 지민의 사진으로 장식하는 일이 발생했다. 당국은 해당 팬클럽 계정을 60일간 정지시켰다. 또 팬덤의 금품 살포 등 고액 소비를 막기 위해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에서서의 인기 투표 등도 규제했다.
이를 두고 중국 내에서조차 시진핑식 문화대혁명(1966∼1976년)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시 주석이 홍위병을 앞세워 반대파를 무차별적으로 숙청했던 마오쩌둥(毛澤東) 시절의 정책을 소환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마오는 국공 내전이 한창이던 1940년대 당시 “공산당 내 각종 비리를 척결하고 기강을 바로잡겠다”며 정풍 운동을 벌였다. 공동부유 개념 또한 마오가 1955년 제시한 ‘공부론(共富論)’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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