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리에 니제르를 방문한 미국 국무부 차관급 인사가 군부와 회담을 갖고 쿠데타 철회를 요구했지만 별다른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로이터·AFP 통신에 따르면 빅토리아 눌런드 미 국무부 정무차관은 7일(현지시간) 귀국 전 기자들과 나눈 통화에서 이날 니제르 현지에서 쿠데타 군부가 군 참모총장으로 임명한 무사 샬라우 바르무 준장을 만났다고 밝혔다.
눌런드 차관은 2시간 동안 이어진 회담에서 군부를 상대로 쿠데타 철회와 민주 질서 회복을 제안했지만 이들의 관심을 얻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매우 솔직한 대화가 오갔지만 회담은 무척 어려웠다. 사전에 논의했던 해결 방안이 추진력을 얻기 쉽지 않았기 때문에 그랬다”며 “그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지만 이는 니제르 헌법에 명백히 위배된다”고 말했다.
눌런드 차관은 이어 이번 회담에서 미국과의 관계 회복을 위한 여러 조건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가 이러한 제안을 어떤 식으로든 받아들였다고 확언하진 않겠다”면서도 “이번 사태에 책임 있는 자들이 헌법 질서로 돌아가고자 한다면 이를 도울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니제르가 이웃 말리를 따라 러시아 민간군사기업(PMC) 바그너그룹을 주둔시킬 경우 주권이 위협이 된다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축출된 모하메드 바줌 니제르 대통령과 군부 실권자 압두라흐마네 치아니를 직접 만나겠다는 눌런드 차관의 요청은 거절당했다. 군부와의 차기 회담 일정도 불투명하다.
눌런드 차관에 따르면 바르무 준장은 과거 ‘바르칸 작전’에 참여해 니제르 주둔 미군과 협력한 바 있다. 바르칸은 사헬 일대 이슬람 무장세력을 소탕하기 위해 2012년부터 10년간 프랑스군 주도로 영국, 미국, 스페인 등이 합동 전개한 작전이다.
니제르 주변국들의 외교적 압박도 이어지고 있다. 서아프리카 15개국의 연합체인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AS) 대표단은 지난 4일에 이어 오는 8일 니제르 수도 니아메에 도착해 협상을 재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9일에는 나이지리아 수도 아부자에서 사태 해결을 위한 ECOWAS 정상회의가 개최된다.
다만 ECOWAS가 설정한 ‘사태 개입’ 통첩 시한은 이날 0시를 기점으로 만료돼 니제르를 둘러싼 긴장은 한층 고조된 상태다. ECOWAS는 지난달 30일 쿠데타가 일어난 니제르에 제재를 부과하고 군부 세력을 상대로 헌정 질서를 1주일 내로 바로잡지 않는다면 군사적 개입을 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에 니제르 군부는 지난 6일 자국 영공을 폐쇄했다. 또한 중앙아프리카 2개국의 병력 배치 조짐을 포착했다며 어떠한 침범에도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맞섰다. 지난 3년간 친러 군부 정권이 들어선 말리와 부르키나파소는 조만간 니제르에 공동 대표단을 파견해 군부에 대한 지지를 보여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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