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세계 곳곳에서 해킹 활동을 벌이고 있다는 의혹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일본의 기밀 안보망을 장기간 해킹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 등이 7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2020년 일본의 기밀 안보 정보망이 중국 인민해방군 산하 해커들의 공격을 받아 고급 군사정보가 무차별로 노출됐으며, 미일 간 정보 공유에도 상당한 차질이 빚어졌다고 전했다.
이 사안은 18일 미 캠프데이비드에서 열릴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주요 현안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미일 간 정보 공유에 사이버 안보가 확실하게 담보되지 않을 경우 한미일 삼각 공조를 확대하는 논의에 차질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中 해킹으로 美日 정보 공유 차질”
WP에 따르면 미 국가안보국(NSA)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시절인 2020년 말 인민해방군 해커들이 일본 기밀 안보망에 침입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자위대의 작전 계획, 일본의 군사 역량 및 취약점에 대한 평가 보고서 등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 전직 당국자는 “(해킹 피해가) 충격적일 정도로 나빴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폴 나카소네 당시 NSA 국장, 매슈 포틴저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부보좌관 등은 급히 일본에 가 사안을 논의했다. 이들이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당시 일본 총리에게 직접 보고하는 자리도 마련됐다. 사건 발생 시점이 바이든 행정부로의 정권 이양기여서 제이크 설리번 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또한 보고를 받았다.
후폭풍은 계속됐다. 바이든 행정부는 2021년 중국 해커들이 여전히 일본 안보망에 침투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같은 해 가을까지도 일본이 중국 해커 봉쇄에 별다른 진전을 내지 못했음도 확인했다. 일본이 최근 사이버 보안 예산과 관련 인력을 대폭 늘리겠다고 밝혔지만 중국의 해킹을 막는 데는 역부족이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일본은 미국 정보기관이 자신들보다 먼저 중국의 해킹 사실을 포착한 것을 두고 미국의 일본 안보망 침투 및 도·감청 가능성을 의심했다. 이에 따라 양국의 공동 대응이 난항을 겪기도 했다고 WP는 전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일본에 “사이버 보안이 담보되지 않으면 정보 공유가 느려질 수 있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보도를 부인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관방장관은 8일 “기밀정보가 유출됐다는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사안과 관계없이 “중국에 책임 있는 행동을 강력히 요구하겠다”고도 했다.
● 한미일 정보 공유 논의에도 영향 주나
이 사안은 18일 열릴 한미일 정상회의에서도 주요 의제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바이든 행정부는 4월 한미 간 ‘워싱턴 선언’ 채택을 계기로 일본까지 포함한 한미일 안보 공조 체제를 강화하는 데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의 기밀 안보망이 중국의 해킹에 뚫렸다는 사실은 한미일 정보 공유 논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란 우려도 나온다.
미국은 인도태평양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정보 공유를 강화하려면 동맹국의 사이버 보안 확충이 급선무라고 보고 있다. 한때 일본은 ‘스파이 천국’으로 불릴 만큼 정보 보안이 느슨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이에 미국은 인도태평양에서 한국과 함께 가장 강력한 우군인 일본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보다 적은 정보를 공유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중국의 무차별적 해킹에 대한 우려도 높다. 중국 해커 ‘스톰-0585’는 올 5월부터 미국과 서유럽 주요국 정부기관 25곳의 이메일에 침투해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의 이메일 등을 해킹했다. 미 고위 관리는 WP에 “중국은 분쟁 상황에서 (미국과 동맹 간) 의사결정을 방해하기 위한 사이버 공격 역량을 높이고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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