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넓게 제거해 러군 병력 노출
전황 완전히 바꿀 정도 아니지만
진격로 개척에 상당한 도움
미국이 최근 지원하고 있는 집속탄이 지지부진하던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에 새로운 힘을 불어넣고 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8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우크라이나군이 집속탄으로 러시아군 보병 기지와 장비 집결지 등을 공격해 진격로를 개척하고 있다.
집속탄 만으로 우크라이나군이 우세를 차지할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집속탄이 점령지 탈환 작전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기갑부대 큰 피해 뒤 보병 위주 지뢰밭 개척 전환
집속탄이 지원되면서 우크라이나군은 전술을 바꿔 러시아군 주방어선을 타격할 수 있는 거리까지만 진격하고 있다. 대반격 초기 너무 근접하다가 큰 피해를 입은 탓이다.
정찰중대 아나톨리 하르첸코 중대장은 “집속탄이 매우 효과적”이지만 “러시아군이 더 깊이 숨고 있다.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르첸코 중대장은 러시아군 참호의 깊이가 2m를 넘으며 러시아가 집중 포격을 피하기 위해 병력을 분산 배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집속탄이 위력을 발휘한 대표적 사례가 자포리자 남동쪽 로보티네 마을 전투다.
지난달 말 로보티네를 공격하던 한 소대가 러시아군의 집중 기관총 공격에 막히자 후퇴하겠다고 무전을 쳤다. 그러나 중대장이 후퇴하지 말도록 명령하고 집속탄으로 러시아군 진지를 포격하게 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한 병사는 빗소리 같은 폭음이 이어지고 러시아군 진영에 큰 혼란이 벌어지는 모습이 무전에 잡혔다고 전했다. 이후 소대가 진격해 러시아 진지를 장악했다는 것이다. ◆우크라군 아직 러군 주방어선까지 진격 못해
우크라이나군은 아직 참호와 전차 방해물 등으로 구축된 러시아군 주방어선까지 진격하지 못하고 있다. 이 방어선을 돌파하려면 독일제 레오파르트2 전차와 서방 지원 장갑차를 투입해야 한다. 그러나 대반격 초기 지뢰밭에서 상당한 피해를 본 서방 지원 장비를 보존하기 위해 우크라이나군이 전술을 바꿨다. 보병 병력을 증강해 도보로 지뢰밭을 돌파하도록 한 것이다.
우크라이나군은 새 전술 전략에 따라 돌파구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한다.
지난주 로보티네 러시아군 진지를 장악한 16명의 보병 소대는 러시아군의 맹렬한 기관총 공격을 받았다. 그러자 우크라이나군이 숲 속에 숨은 러시아군을 집속탄으로 공격했고 덤불과 목초에 불이 붙었다. 소대가 다시 공격에 나서면서 러시아군이 총을 쏘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됐다.
이 소대는 러시아군 12명을 사살하고 여러 명을 포로로 잡으면서 진지를 점령했다. 포로들은 집속탄 공격으로 뇌진탕과 화상을 입은 채였다.
이 소대 올렉산드르 일병(33)은 “집속탄 세 방이면 숲이 완전히 사라지고” 적의 공격이 약해진다고 했다.
유럽 주둔 미군 사령관 출신 벤 호지스 예비역 소장은 집속탄은 우크라이나군처럼 병력이 부족한 부대가 사용하도록 만든 것이며 러시아군 포병을 공격하는데도 적합하다고 밝혔다. ◆보병 위주 진격은 큰 피해 감수하는 작전
우크라이나군의 한 포병 병사는 “집속탄이 위력적이지만 전환점을 마련할 정도는 아니다”면서 여러 상황에 맞는 각종 무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보병 위주의 진격 작전은 큰 인명 피해를 감수하는 작전이다.
로보티네 공격에 참가했던 한 일병은 인근 지역의 숲이 집속탄 공격으로 완전히 사라졌다고 했다. 자신의 부대가 일단 러시아군 진지를 점령한 뒤 여러 차례 다시 공격에 나섰으나 러시아군의 기관총에 밀려 후퇴해야 했지만 참호를 파고, 진지를 사수하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했다. 이날 공격에 나선 60명 가운데 45명이 부상 또는 전사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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