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지하철에서 10대 소녀들이 아시아계 가족을 모욕하고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8일(현지시간) CBS뉴욕방송 등에 따르면 뉴욕 경찰은 지난 3일 오후 8시경 뉴욕 지하철 열차 내에서 아시아계 여성 2명에게 폭력을 행사한 흑인 소녀를 수배했다.
네바다주(州)에서 뉴욕을 방문한 아시아계 부부는 당시 지하철에 11세 쌍둥이 딸과 함께 탔다. 이들은 미국 시민권자로, 부인인 수 영은 한국계로 알려졌다.
이들 가족의 맞은편에 앉은 소녀 3명은 이들에게 손가락질하거나 비웃는 모습을 보였다. 가족 앞으로 다가가 발을 구르며 소리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는 다시 자리로 돌아와 손뼉을 치기도 했다.
소녀들은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 등과 같은 말을 하며 욕설했다고 한다. 이들은 “아이들이 있는 게 걱정되나” “딸들 앞에서 당신을 때릴 수도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가족 중 남편인 켄 영이 “좀 바른 말을 쓸 수 없겠나”라고 요청했지만, 소녀들은 오히려 격분해 가족을 위협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같은 열차 안에 탑승해 있던 다른 아시아계 여성 조애나 린이 이 장면을 휴대전화로 촬영했다.
이때 소녀 중 한 명이 다가와 린의 머리채를 잡고 바닥으로 팽개치는 등 폭력을 가했다. 이 모습을 본 영이 말리려 했지만 소녀는 영도 공격했다고 한다. 영은 폭행으로 인해 안경이 부러지고 머리카락이 뽑혔으며 두통을 앓았다고 한다.
이후 열차 내 다른 승객들이 나서 더 이상 소녀들이 폭력을 할 수 없게 막았다. 영의 가족과 린은 다음 역에서 내려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이 사건을 인종차별에 기반한 잠재적인 증오 범죄로 규정하고 증오범죄전담반 차원에서 수사하고 있다.
다만 영은 가해 소녀들의 처벌보단 대화를 통한 해결을 원한다고 밝혔다. 영은 “그들은 아주 어린 소녀들”이라며 “법 집행을 떠나 우리가 사회 및 공동체로서 모두에게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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