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가디언 “세월호·이태원참사·잼버리…韓정부 재난관리 문제”

  • 뉴시스
  • 입력 2023년 8월 10일 11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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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견된 악몽…야당 의원 경고 무시, 여야 책임 공방”
“안되면 되게 하라…의견 차이 무시되는 상명하달식”
BBC “관련 부처 많아 컨트롤타워·책임 불분명 탓도”

영국 일간 가디언은 9일(현지시간)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는 예견된 악몽이었다면서 한국 정부의 권위주의적인 의사결정 구조가 문제일 수 있다는 전문가 분석을 실었다.

가디언은 ‘최악의 악몽 : 한국은 처참한 스카우트 잼버리를 숙고한다’ 제하의 기사에서 “한국은 피파 월드컵과 동계올림픽과 같이 국제적으로 큰 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국가였다”면서 “세계적인 스카우트 행사의 잘못된 운영은 많은 사람들에게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을 남겼다”고 지적했다.

특히 “우려는 행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제기됐었다”면서 이원택 더불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8월과 10월 샤워시설·화장실·식수 공급 등에 대한 준비 부족, 극한 날씨·해충·감염병 등에 대한 비상계획 부족을 제기한 바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공동조직위원장인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답했고, 이 의원은 “두고 봐라, 역사는 나중에 이 책임을 장관에게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가디언은 한국 정부가 수백명의 청소 인력과 더 좋은 음식, 무제한 에어컨버스 등을 뒤늦게 동원하면서 그의 경고는 입증된 것처럼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일각에선 애초에 이러한 예견된 문제들은 발생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했다.

또 잼버리 예산 1171억원 중 많은 부분이 조직위원회 운영에 사용됐는데, 여기엔 여성가족부와 전북도 관련 공무원들의 스위스·이탈리아 호화 외유성 출장이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이 국가들은 잼버리 개최 경험이 없다.

이어 조직위는 “인력과 기타 운영비로 지출한 740억원 중 대부분은 캠핑 시설 및 관련 프로그램 운영에 사용했다”고 하고,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예산이 제대로 집행됐더라면 잼버리 캠핑장은 최고 수준의 인프라를 갖출 수 있었을 것”이라고 하는 등 여야 정치인이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다고 가디언은 비판했다.

가디언은 그러면서 “한국은 최근 몇 년 동안 많은 안전 재난을 경험했다”고 상기했다.

2014년 세월호 사건과 지난해 이태원 참사를 꺼내들었다. 가디언은 “세월호 사건으로 300명 이상(304명)이 사망했는데 대부분은 학생들이었고, 지난해 서울 도심에서 발생한 이태원 참사는 150명 이상(159명)의 젊은이들의 목숨을 앗아갔는데 군중 통제 부족과 잘못된 비상 대응 등 때문이었다”고 짚었다.

가디언은 “이 3개의 사건 사이에 공통된 요소는 찾기 어렵지만, 재난 관리를 책임지는 한국 정부 조직이 문제라는 분석이 나온다”고 전했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안전보다는 ‘안 되면 되게 하라’로 특징 지어지는 과거에 비해 21세기엔 운영 시스템이 개선됐음에도 불구하고 때로는 ‘권위주의적인 지도자’의 감정과 이미지가 다른 것보다 우선시되는 전통적인 태도가 여전히 남아 있다”면서 “한국 정부는 종종 의견 차이는 무시되는 상명하달식 위계질서로 운영됐다”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이어 “현실은 그런 지도자들의 판단과 명령, 성향에 따라 제도들은 무시되고 훼손될 수 있다. 규칙이 중요하고 제도가 잘 갖춰진 조직에선 구성원들의 전문성이 강조되는 반면 규칙이 간과되고 제도가 취약한 조직에선 구성원들의 충성심이 중시된다”고 꼬집었다.

가디언은 “이 실패를 초래한 뿌리 깊은 문제들을 진정으로 검토할 것인지, 아니면 정치적 내분에 굴복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권은 국가가 갖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국 BBC는 한국 정부내 이번 행사 담당 부처가 너무 많았던 것이 주요 원인 중 하나일 수 있다는 분석을 전했다.

지난주 현장에 불려온 익명의 한국의 한 고위 당국자는 BBC에 “일부 직원을 현장에 파견했는데 점심도 못 먹었다는 보고가 있었다. 도시락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데도 나눠줄 사람이 없었다”고 말했다. 컨트롤타워가 부재하고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행사 한국스카우트연맹 외에도 여성가족부, 문화체육관광부, 행정안전부 등 3개 부처 장관이 공동조직위원장을 맡았다.

BBC는 조직위가 입국도 안 한 예멘 잼버리 대원들을 한 지방자치단체에 배정해 숙소와 음식까지 준비하게 한 뒤 뒤늦게야 입국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하는 등 혼선을 빚었다는 점도 지적했다.

BBC와 가디언은 한국 언론을 인용해 이번 행사를 “국가적 망신”이라고 표현했지만, 동시에 한국 시민들이 전 세계 잼버리 대원들에게 대신 사과하고 친절을 베풀고 있다는 사실도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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