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對中 투자 제한]
벤처캐피털 中투자 올해 50% 급감
中테크산업 전반 타격 불가피
틱톡-비야디 등 모델 어려울수도
미국의 중국 첨단 산업에 대한 투자 제한 조치에 따라 중국 테크 산업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올 들어 해외 벤처캐피털(VC)의 중국 투자가 50% 이상 급감하며 한때 교류가 활발했던 미중 스타트업 생태계도 급격히 거리가 멀어지는 추세다.
미 행정부 당국자는 9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우리가 VC나 사모펀드 투자를 타깃으로 규제를 결정한 것은 투자 과정에서 돈뿐 아니라 다른 기술 기업이나 전문가를 (중국 기업들에) 소개해주는 무형의 이익이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미국 실리콘밸리와 중국 선전 지역 등의 스타트업을 이어주던 자본과 기술 인맥 교류를 차단하겠다는 의미다.
그간 틱톡 모회사인 바이트댄스나 알리바바, 바이두, 텐센트 등 중국 빅테크들은 미국 VC의 적극적 초기 투자에 힘입어 성장해 왔다. 대표적인 미 VC 공룡인 세쿼이아는 바이트댄스, JD닷컴, 알리바바뿐 아니라 중국 최대 전기차 회사 비야디, 비야디의 반도체 자회사에도 투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백악관과 의회의 압박 속에 결국 세쿼이아는 지난해 중국 반도체나 양자컴퓨터 투자를 중단했고, 중국 법인의 경우 올 6월 이름까지 바꿔 분사하기로 했다.
다른 VC들도 지정학적 갈등에 대한 우려로 중국 투자를 대폭 줄여 왔다. 영국 리서치기업 프레킨은 올 2분기(4∼6월) 중국에 대한 VC 투자가 전년 동기 대비 54.2% 급감했다고 밝혔다. 실리콘밸리 지역 투자자 루이 마는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에 “벤처 투자는 위험 관리가 중요하기 때문에 지정학적 갈등까지 감수할 이유가 없다”며 “양국 투자는 이미 단절되고 있다”고 전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향후 인공지능(AI) 반도체에 대한 추가 규제를 발표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중국 테크 기업들은 AI용 반도체 사재기에도 나서고 있다.
FT에 따르면 중국 테크 기업인 바이두 등은 미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에 내년까지 쓸 60억 달러(약 6조6000억 원) 규모 AI용 반도체 ‘A800’을 주문했다. 미국은 지난해 AI 시스템 구축에 필수적인 고성능 반도체에 대해 중국에 수출을 제한했다. 이에 엔비디아는 이 규제 기준을 우회해 중국 수출용으로 A800을 개발했다. 그러나 미 자본의 중국 직접투자 제한 조치에 이어 이 칩 또한 곧 수출 금지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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