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이 동결 자금 해제를 합의하면서 그간 한국은행과 IBK기업은행, 우리은행 등에 예치된 이란 원유 결제 대금 약 60억달러(7조9500억원)가 해외로 옮겨진다. 수조원의 돈이 한꺼번에 빠져나갈 경우 은행 유동성과 환율 시장에 영향이 불가피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1일 미국 뉴욕타임스(NYT) 외신 보도 등을 종합하면 이란 외무부는 우리나라 은행에 동결된 이란의 석유대금 계좌 등 60억달러 자산이 해제될 것이라고 밝혔다.
NYT는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이란 교도소에 수감된 미국인들을 석방하는 조건으로 한국에 묶여 있는 이란의 원유 수출 대금 동결을 해제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동결자금은 한국은행과 기업은행, 우리은행 등이 보유하고 있다.
이 중 한은에는 이란 멜라트은행 명의로 맡겨진 자금만 약 3조원(초과지급준비금)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은행과 우리은행도 이란과 교역에서 사용된 원화결제 계좌를 갖고 있는 상태다.
이란 국영 IRNA 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한국에 동결돼 있던 이란 자금이 스위스 은행으로 이체됐다고 보도하는 가운데, 동결자금 해제와 관련해 정부는 공식적인 확인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란 동결자금 해제는 확인해 줄 수 있는 게 없다”며 “관련사항의 민감도를 떠나 금융실명법에 따라 금액과 이체 시점 등을 말하기가 어려운 점도 있다”고 말했다.
외교적 문제를 고민하는 정부와 달리 은행들은 갑자기 수조원에 이르는 자금이 빠져나갈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
현금을 마련하기 위해 당장 운용 중인 자산을 매각해야 하는 등 필요 조치에 들어가야 하는 이유에서다. 동결지금에 대해 지급해야 할 이자 문제도 있다. 은행들은 지난 2012년 이란과 협상을 통해 연 1.6% 수준의 금리를 적용하기로 합의했었다.
아울러 제3국 등으로 자금을 옮기기 위해서는 달러나 유로로 환전해야 하는데, 환율 시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실제 이날 달러·원 환율은 두 달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1324.9원으로 마감됐다.
반면 금융권과 금융당국은 해당 자금을 움직이는 데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앞서 지난 5월 공적인 목적으로 쓴다는 조건으로 해당 자금을 해제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가 간 대금결제 같은 민감 계정은 별도의 계획에 따라 움직이기에 문제가 되지 않도록 관리됐을 것”이라면서도 “이 자금은 장기간 묶인 특수성에 따라 보유됐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들이 관련 자금을 예금 형태로 보유하고 있는 것까지만 알고 있다”며 “금액은 대형은행의 유동성 내에서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인 데다 필요시 채권 매각 등 다양한 자금조달 방안이 있기에 문제 될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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