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무역 측면에서도 점점 갈라서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는 미국 인구조사국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1~6월 미국이 수입한 물품 가운데 중국산의 비중이 20년 만에 최저치인 13.3%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이는 미국 구매자들이 컴퓨터 칩과 스마트폰, 의류에 이르기까지 제품을 구입하기 위해 중국이 아닌 멕시코나 유럽, 아시아 다른 지역으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WSJ는 분석했다.
미국 상품 수입에서 중국산의 비중은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2년 후인 지난 2003년에 최저치(12.1%)를 기록했다가 2017년 21.6%로 최고치를 찍었다.
이후 2018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국 보복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하면서 변화가 시작됐다.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동안에는 마스크와 반도체 등의 공급 부족이 발생해 기업들이 공급망을 재고하는 계기가 됐다.
올해 들어서는 첨단 기술을 둘러싸고 미중 갈등이 격화하자 일부 기업은 대중국 의존도를 낮췄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주 특정 중국 첨단 반도체와 양자컴퓨팅에 대한 미국의 투자를 금지하는 행정 명령으로 갈등에 더 불을 지폈다.
미국의 중국산 수입 비중이 점점 낮아진 건 어느 한 제품이나 국가로부터 수입이 급격히 변화한 결과가 아니라, 수십 개의 산업과 국가에 걸쳐 나타나는 공급망 변화에 따른 것이라고 WSJ는 풀이했다.
중국에서 다른 아시아 국가, 즉 동남아시아나 인도로 생산이 이동한 점이 한 가지 요인이다. 2019년 초부터 미국의 수입에서 중국의 비중은 인도와 태국, 베트남을 포함한 다른 아시아 25개국을 합친 것보다 낮아졌다. 인구조사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미국의 수입에서 이 25개국의 비중은 24.6%를 차지한 반면 중국의 비중은 14.9%에 그쳤다.
이런 가운데 멕시코의 비중이 지난 6월 중국과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왔다. 멕시코는 미국·캐나다와 맺은 자유무역협정(FTA)과 가까운 거리를 발판으로 미국에 대한 강력한 공급 기지가 됐다.
달러를 기준으로 수출과 수입을 모두 더하면 멕시코는 미국의 1위 무역 파트너다. 캐나다가 그 뒤를 이으면서 중국을 3위로 밀어냈다. 올해 상반기 미국의 전체 무역 중에서 멕시코의 비중은 15.7%, 캐나다가 15.4%, 중국이 10.9%였다.
기계류 수입에서도 중국산의 비중이 낮아지고 있다. 미국으로 수입되는 대부분의 스마트폰은 중국에서 만들어진다. 그러나 지난해 6월에서 올해 6월까지 중국산의 비중이 80% 이상에서 75.7%로 떨어졌다. 이는 스마트폰 제조사들, 특히 애플이 중국에서 벗어나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영향으로 풀이된다. 애플의 위탁 생산업체인 폭스콘은 인도에서 생산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반도체 수입 측면에서도 베트남과 태국이 존재감을 키웠다. 인텔의 첨단 반도체 제조시설을 보유한 이스라엘도 미국의 반도체 수입에서 비중을 늘리고 있다.
이 밖에 의류와 가구 등 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구매할 때도 미국 기업들은 베트남과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나 멕시코와 캐나다 등 북미의 다른 나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중 무역을 연구하는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의 채드 본 선임연구원은 WSJ 인터뷰에서 “기업들은 이제 무역과 기술 등을 놓고 펼쳐지는 미중 갈등이 사라지지 않으리라고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며 “그들은 위험 제거(de-resk)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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