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3위 극우 후보 ‘깜짝 1위’
‘아르헨의 트럼프’ 자처한 경제학자
경제난에 집권당 후보는 3위 그쳐
1.5%이상 득표해야 10월대선 진출
10월 22일 대선을 앞둔 아르헨티나에서 득표율 1.5% 미만의 군소 후보를 걸러내기 위한 예비선거가 13일 치러졌다. 20명이 넘게 출마한 선거에서 ‘아르헨티나의 도널드 트럼프’를 자처하는 극우 성향 경제학자 하비에르 밀레이 자유전진당 대표(53)가 깜짝 1위를 차지했다.연 116%에 이른 살인적 물가, 거듭된 화폐가치 하락 등으로 심각한 경제난에 시달리는 국민이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로 일관한 좌파 정권을 심판한 결과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인포바에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97.4%의 개표가 진행된 결과, 밀레이 후보는 30.04%로 1위를 차지했다. 중도우파 ‘변화를 위한 연합’은 28.27%로 뒤를 이었다. 집권 ‘조국을 위한 연합’은 27.27%로 3위에 그쳤다.
밀레이 후보는 1위 확정 후 연설에서 “자유 만세”를 외쳤다. 그는 “아르헨티나의 부패하고 쓸모없는 정치 계급을 종식시키겠다. 같은 사람으로 아르헨티나의 변화를 이끄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중남미 좌파 포퓰리즘의 시초 격으로 꼽히는 후안 페론 전 대통령의 이름을 딴 무상복지 정책 기조 ‘페로니즘’과 결별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날 득표율 1.5%를 넘긴 후보는 10월 대선 1차 투표에 출마할 자격을 얻는다.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득표율 1, 2위 후보가 11월 결선투표를 치른다.
밀레이 후보는 그간 여론조사에서 중도우파 연합, 집권 좌파 연합 후보 등에게 밀려 3위를 차지해 왔다. 이런 그의 깜짝 승리를 두고 ‘경제 심판론’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금 복지 등 좌파 포퓰리즘 정책으로 일관하는 현 집권 좌파 정부, 경제 살리기에 실패한 이전 우파 정부에 모두 실망한 유권자들이 극우 성향의 밀레이 후보에게 힘을 실어줬다는 것이다.
밀레이 후보는 “돈을 민간에 돌려주면 고물가도 자연스레 해결될 것”이라며 중앙은행 폐쇄 같은 극단적 공약을 내놨다. 페소 또한 미 달러로 대체하겠다고 주장한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 등 각국의 극우 정치인이 자신의 역할 모델이라고도 강조한다.
이런 극단 성향의 후보가 예비선거 1위를 기록한 것은 심상찮은 경제 상황과 관련이 있다. 아르헨티나의 6월 소비자물가는 115.6%이며, 국민 10명 중 4명이 빈곤층이다. 재정적자 또한 올 1분기(1∼3월)까지 50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2019년 집권한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현 대통령이 정권 유지를 위해 현금 복지, 무상 보조금 등을 무분별하게 늘린 여파다.
이로 인해 페소 가치는 사실상 휴지 조각이 됐다. 현지 언론에는 상점에 든 강도조차 페소를 거부하고 달러만 골라 간다는 보도가 심심치 않게 나온다. AP통신은 밀레이 후보의 1위를 두고 “100%가 넘는 인플레이션, 빈곤 증가, 급속한 통화가치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의 불만이 만연한 여파”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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