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지검장 때 ‘범죄와의 전쟁’
마피아 보스들, 리코법으로 처벌
트럼프와 함께 처벌받을 위기
“리코법(RICO·마피아 등 조직범죄 처벌법) 챔피언이 이 법으로 몰락했다.”
14일 2020년 미국 대선 당시 조지아주에서 투표 결과 조작을 시도한 혐의로 기소된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79)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내린 평가다.
줄리아니 전 시장은 2020년 대선 과정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서 개인 변호사로 일했다. 그는 당시 조지아주에서 패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 결과를 뒤집으려 시도한 ‘조직범죄’에서 일종의 설계자 노릇을 하며 각종 조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뉴욕 맨해튼 지방검찰청 검사장이었을 때 리코법을 이용해 거물 범죄자를 줄줄이 잡아들였고, 그 명성으로 1994∼2001년 재선 뉴욕시장을 지낸 그가 같은 법에 의해 수감될 처지에 놓인 것이다.
1970, 1980년대 뉴욕은 강력범죄가 판치는 도시였다. 영화 ‘배트맨’의 배경인 가상의 범죄도시 ‘고담’ 또한 뉴욕에서 유래했다. 1987년 줄리아니 당시 지검장은 리코법을 적용해 마피아 보스 3명, 간부 4명을 기소했다. 이들은 각각 징역 100년형을 선고받았다.
리코법은 1970년 마피아 소탕을 위해 제정됐다. 배후에서 부하들에게 강력범죄를 시킨 뒤 일종의 ‘꼬리 자르기’를 하는 마피아 두목을 잡으려는 의도였다. 특정 범죄가 공동의 목표를 위해 일어났다는 점만 증명하면 직접 가담자가 아니어도 모두 기소할 수 있다. 특히 그는 법의 적용 대상을 주가 조작, 금융 사기 등을 일삼은 월가 금융 거물들로도 확대했다. 이런 활약에 힘입어 민주당 텃밭인 뉴욕에서 공화당 소속으로 시장에 뽑혔다. 그의 시장 재임 중 뉴욕의 강력범죄는 50% 줄었다. 임기 마지막 해였던 2001년 9·11테러가 발생하자 안전모를 쓰고 현장에서 사태를 수습하는 모습에 ‘미국의 시장’으로도 불렸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 집권 후 맹목적 충성을 보이며 최측근으로 군림했다. 2019년 트럼프 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 기업의 이사 자격으로 고액 급여를 받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아들 헌터의 수사를 종용했을 당시에도 통화를 주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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