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칭더, 파라과이서 美 경유
해리스 부통령 등 만날 가능성
中, 대규모 무력시위 맞대응 시사
미국을 경유해 파라과이를 방문 중인 라이칭더(賴淸德·사진) 대만 부총통이 미 언론 인터뷰에서 “대만은 이미 주권 독립국”이라고 언급한 것을 두고 중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흔들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내년 1월 총통 선거를 앞두고 대만 독립을 추구하는 집권 민주진보당의 후보이자 지지율 1위를 달리는 라이 부총통이 귀국길에 미국에서 고위급 인사를 접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중국은 대규모 무력시위 가능성을 시사했다.
라이 부총통은 15일 블룸버그 비즈니스 인터뷰에서 대만 국민들이 독립을 원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대만은 이미 주권을 가진 독립국가로 중화민국(Republic of China)으로 불린다”고 답했다. 또 “대만해협 긴장의 원인은 중국이 점점 더 강해지면서 대만 합병을 시도하고 규범에 기초한 국제질서를 변경하려고 하는 데 있다”고 밝혔다.
중국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16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주펑롄(朱鳳蓮)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대변인은 라이 부총통에 대해 ‘명완불화’(冥頑不化·우둔하고 어리석다)라는 사자성어를 쓰며 “이런 사람은 대만에 ‘병흉전위’(兵凶戰危·위험하고 끔찍한 전쟁)를 가져올 뿐”이라고 비난했다.
라이 부총통은 16∼17일 귀국길에 미 샌프란시스코에서 미국 측 고위급 인사들과 회동할 가능성이 크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나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 등이 거론된다.
중국은 군사적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대만 국방부는 대만군이 15일 오전 6시∼16일 오전 6시 대만 주변 공역과 해역에서 중국 인민해방군 소속 군용기 16대와 군함 6척을 각각 포착했다고 밝혔다. 대만에서는 영문 일간 타이완뉴스를 사칭한 X(옛 트위터) 계정을 통해 “중국이 대만을 공격했다”는 허위 사실이 전해지기도 했다.
중국은 라이 부총통의 미 고위직 인사 접촉 여부에 따라 무력 대응 수위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지난해 8월 당시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과 올 4월 차이 총통의 미국 경유 당시 매카시 의장과의 회동을 이유로 대만 상공을 향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두 차례에 걸쳐 대만 침공을 염두에 둔 군사훈련을 했다.
리샹푸(李尙福) 중국 국방부장(장관)은 15일 러시아에서 열린 국제안보회의에 참석해 미국을 겨냥해 “대만 문제는 중국의 내정”이라며 “대만 문제에서 ‘불장난’을 하거나 대만을 통해 중국을 통제하려 한다면 반드시 실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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