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여 명이 넘는 사망자를 낸 미국 하와이주 마우이섬 산불 현장에서 기적적으로 화마를 피한 ‘빨간 지붕 집’은 합성 사진으로 오해받을 만큼 주변 폐허와 대조되는 모습이다. 이 집은 100년 된 목조 주택이지만 최근 지붕을 금속 소재로 교체해 불이 옮겨붙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21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LA타임스와 영국 BBC 방송 등은 화재가 발생한 마우이섬 라하이나 프론트스트리트에 있는 빨간 지붕 집이 잿더미 속에서 살아남은 이유를 조명했다.
해당 집 소유주인 트립 밀리킨과 도라 애트워터 밀리킨 부부는 매사추세츠주를 여행 중이던 지난 8일 대형 산불 소식을 들었다. 부부는 “마을 전체가 화염에 휩싸여 전소될 가능성이 높다는 소식을 듣고 많이 울었다”며 “다음 날 아침 마을이 다 타버린 가운데 우리 집만 건재해 놀랐다”고 말했다.
마우이섬 상공에서 촬영한 사진을 보면 화마로 초토화된 주택들 사이에서 이들 부부의 집만 멀쩡하다. 빨간색 지붕과 하얀 외벽 모두 그을리지 않고 깨끗한 모습이다.
트립 밀리킨은 “사진을 봤을 때 마치 포토샵으로 합성한 것 같았다”며 “집이 너무 낡아 최근 개조해서 화재를 피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들 부부는 2021년 사탕수수 농장 회계원이 사용하던 100년 된 목조 주택을 사들였다. 이들은 아스팔트 지붕을 금속으로 교체하고, 집 주변을 자갈 등 돌멩이로 둘렀다. 집을 둘러싸고 있던 초목은 제거했다. 트립 밀리킨은 “개조 당시에는 흰개미 방지와 목조 건물의 보존이 목적이었다”고 부연했다.
도라 밀리킨은 “불붙은 나무 조각들이 날아다니며 지붕에 부딪혔는데, 아스팔트 지붕이었다면 불이 옮겨붙었을 것”이라며 “집 주변에 초목이 있었어도 화마를 피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화재 방지를 위해 집 주변 약 1.5m 안에 있는 가연성 초목을 제거하고 돌이나 자갈로 교체하라고 조언한다.
이들 부부는 화마를 피했지만 죄책감을 느낀다며 “너무 많은 사람이 사망하고 모든 것을 잃었다. 살 곳을 잃은 사람들을 위해 집을 쉼터로 제공하고 싶다”고 밝혔다.
마우이섬에서는 지난 8일 대형 산불이 발생했다. 현재까지 사망자 수는 114명으로 집계됐다. 실종자 수는 850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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