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만에 회원국 늘려 총 11개국
시진핑, G7 맞선 세불리기 성공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 경제 5개국)가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아랍에미리트(UAE), 이집트, 아르헨티나, 에티오피아 등 6개국을 새 회원국으로 받아들이며 외연 확장의 길로 들어섰다. 이 6개국은 중국 경제 영토 확장 사업인 일대일로(一帶一路)에도 참여하기로 했다. 기존 회원국 간 이견을 무릅쓰고 브릭스가 확대된 것은 미국 중심의 주요 7개국(G7) 질서에 대항하는 세력화를 꾀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승리’라는 분석이 나온다.
브릭스 15차 정상회의를 개최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은 회의 마지막 날인 24일 “브릭스 확장을 위한 원칙, 기준 등에 합의했다. 새 회원국들의 권한은 2024년 1월부터 발효된다”며 6개국 회원 가입을 밝혔다. 브릭스가 새 회원국 가입을 승인한 것은 2010년 남아공 가입 이후 13년 만이다.
6개 신규 회원국 가운데 사우디, 이란, UAE, 이집트 등 4개국은 중국이 최근 10년 넘게 경제적, 외교적 지원에 공을 들이며 우군 확보에 애써 온 중동 및 북아프리카(MENA) 지역 국가다. 중국은 사우디와 이란의 외교 관계 정상화를 중재했다. 사우디가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이고 중국은 최대 수입국인 관계도 있다. 중동 반미(反美) 세력의 선봉인 이란은 브릭스를 ‘미국 대항마’로 삼으려는 시 주석 구상에 맞아떨어진다는 분석이다. 시 주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역사적인 회원국 확장”이라며 “더 넓은 신흥국 세계의 통합과 협력을 위한 브릭스의 결정을 보여준다”고 자축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새 회원국 가입 결정은 G7 경쟁자를 만들기 위해 브릭스의 확대를 추진한 중국의 승리를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도 “브릭스 확대는 서방과 지정학적, 경제적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브릭스 확대 압박을 넣은 시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의 합류로 브릭스의 경제적 영향력은 더욱 커지고 미국 주도 금융 질서에 대항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번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기존 5개국 정상들은 외연 확장에는 동의했지만 회원국 가입 기준, 조건 등을 놓고 이견을 드러내며 시 주석 연설 불참, 공동 기자회견 취소 등 분열상도 보였다. 브라질은 “브릭스는 미국과 G7의 대항마가 아니다”라고 맞서기도 했다.
하지만 인도 측이 수정안을 제시해 이번 결정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는 국제 제재 대상국인 이란과 베네수엘라 가입에 반대했지만 결국 이란 가입에 찬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중국은 파키스탄 가입도 추진했으나 파키스탄과 앙숙인 인도의 반대로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아공 국제관계협력부(외교부)에 따르면 신규 회원국을 포함해 22개국이 브릭스 가입을 공식 요청했고 관심을 표명한 국가까지 합하면 40개국에 달했다.
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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