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아직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이 끝나지 않았으며 추가 기준 금리 인상도 준비돼 있다고 경고했다. 연준이 지난해 3월부터 고강도 긴축을 시작한지 약 1년 반이 지났지만 여전히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긴축을 장기화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파월 의장은 25일(현지 시간) 미 북서부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연례 심포지엄에서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충분히 지속적으로 내려가고 있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충분히 제약적 정책을 유지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추가 금리 인상도 단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6월 전년동월비 9.1%까지 상승했던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올 7월 3.2%까지 하락했지만 여전히 연준 목표치(2%)보다는 높다는 점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특히 파월 의장은 CPI보다 ‘근원 개인소비지지출(PCE) 상승률’을 주시하고 있다며 “아직 인플레이션이 너무 높다”고도 덧붙였다. 그는 “근원 PCE 는 2월 5.4%로 정점을 찍은 뒤 7월 4.3%까지 내려갔다”며 “6, 7월 물가상승률 둔화는 환영할만하지만 두 달 좋은 뉴스가 나왔다고 이것을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내려가고 있다고 확신하기엔 이르다”고 말했다.
이어 파월 의장은 연설에서 “연준의 물가 정책목표가 2%라는 점은 변화가 없다”며 “물가 안정이라는 임무가 끝날 때까지 갈 길이 아직 멀다”며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매파적 의지를 강조했다.
매년 8월에 열리는 연준 의장의 잭슨홀 연설은 장기적 통화정책의 방향이 제시돼 시장의 이목이 집중된다. 특히 올해는 파월 의장이 긴축 종료 시점과 수준에 대해 어떻게 언급할지가 관심사였다. 파월 의장은 “작년과 올해의 메시지는 동일하다”며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서 승리를 선언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재차 강조한 것이다.
그는 “우리는 임무를 완수할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We will keep at it until the job is done)”이라고 연설을 마무리했다. 1980년대 경기침체를 불사하고 고금리로 인플레이션을 잡은 폴 볼커 전 연준 의장의 자서전 제목인 ‘인내(Keeping At It)’에서 따온 말이다. 지난해 잭슨홀에서도 같은 표현을 사용해 볼커식 통화정책을 따를 것임을 시사했다.
앞서 6월 연준은 올해 말까지 기준금리 전망치를 5.50~5.75%로 예상한 바 있다. 이는 현재 기준금리(5.25~5.50%)에서 0.25%포인트 추가 인상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이 경우 한국과의 기준금리 격차는 최대 2.25%포인트까지 벌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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