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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ter many meaningful and difficult conversations, we have made the decision to separate.” (힘들지만 의미 있는 대화를 통해 우리는 헤어지기로 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부부가 ‘Big D’를 결정했습니다. ‘빅D’는 ‘Divorce’(이혼)을 말합니다. 인생에서 큰 결정이기 때문에 ‘빅D’로 통합니다. 부부는 최근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별거를 발표했습니다. 결혼 18년만입니다.
이혼에는 두 종류가 있습니다. 양쪽이 협상을 통해 만족할만한 결과에 이르는 ‘합의 이혼’이 있습니다. ‘amicable divorce’라고 합니다. ‘amicable’(어미커블)은 ‘원만한’이라는 뜻입니다. 반면 합의에 이르지 못해 법정에서 시시비비를 가리는 이혼을 ‘contested divorce’라고 합니다. ‘contest’(컨테스트)는 ‘겨루다’라는 뜻입니다. 트뤼도 총리 부부는 별거 글을 ‘after many meaningful and difficult conversations’로 시작했습니다. ‘conversation’(대화)이라는 단어를 통해 ‘우리는 합의 이혼’이라고 밝히고 들어가는 겁니다. 이혼 소송으로 가면 결혼 생활의 추한 단면들이 들춰지게 됩니다. ‘air dirty laundry in public’이라고 합니다. 감추고 싶은 더러운 빨랫감이 공중에 나부끼는 장면을 상상하면 됩니다.
선출직 지도자에게 이혼은 치명적입니다. ‘divorce is a career killer’(이혼은 경력을 죽인다)라는 불문율이 존재합니다. 유권자들은 이혼 딱지가 붙은 후보에게 표를 주는 데 인색합니다. 적지 않은 정치인들이 이름뿐인 결혼 생활을 유지하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세상은 변합니다. 트뤼도 총리처럼 이혼을 결정하는 지도자들이 늘고 있습니다. 이혼과 관련된 지도자들을 알아봤습니다.
It didn’t work out, and we divorced.” (결혼은 잘 안 풀렸고, 그래서 우리는 이혼했다)
미국은 이혼한 대통령이 나오기 쉽지 않은 사회 분위기입니다. 특히 재임 중 이혼은 꿈도 꾸기 힘듭니다. 이혼 경력을 가진 대통령은 로널드 레이건, 도널드 트럼프 등 2명입니다. 레이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나오기 전까지 이혼 경력이 있는 유일한 대통령이었습니다. 그는 1940년 할리우드 배우 시절에 여배우 제인 와이먼과 결혼했다가 9년 만에 이혼했습니다. 1980년 대선에 출마했을 때 이혼 경력이 화제가 됐지만 30년 전 일이고, 당시 그의 인기가 높았기 때문에 유권자들은 개의치 않았습니다. 그해 갤럽 여론조사에서 “대선 후보의 이혼 경력은 투표에 영향을 미치지 않은다”라는 의견이 80%를 넘었습니다.
레이건 대통령은 이혼에 대해 언급한 적이 없습니다. 자서전에 나오는 한 줄이 유일합니다. 미국인들은 이혼할 때 듣기 좋게 “our marriage didn’t work out”(우리 결혼은 잘 안 풀렸다)이라고 합니다. ‘work out’(워크아웃)에는 다양한 뜻이 있습니다. ‘운동하다’라는 뜻도 있고, ‘일이 잘 풀리다’라는 의미로도 씁니다. 한국에서는 ‘신용 회생’의 뜻으로도 많이 씁니다. 이혼 사유는 와이먼은 남편이 배우협회(SAG) 회장을 맡는 등 정치 야망을 품은 것이 불만이었고, 레이건은 자기보다 더 인기 높은 아내가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라는 설이 유력합니다.
이혼에 관해 얘기하지 않은 것은 와이먼 쪽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계속 결혼한 상태였다면 퍼스트레이디가 될 수도 있었고, 이혼에 대한 가십성 보도도 많았지만 와이먼은 침묵했습니다. 한번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It’s not because I’m bitter. But it’s bad taste to talk about ex-husbands and ex-wives”(불쾌하기 때문이 아니다. 전부인 전남편에 관해 얘기하는 것은 악취미이기 때문이다). 미주알고주알 얘기하는 것은 헤어진 상대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레이건 대통령이 타계했을 때 이렇게 말했습니다. “America has lost a great president. And a great, kind and gentle man.”(미국은 위대한 대통령을 잃었다. 그리고 위대하고 다정하고 상냥한 사람을 잃었다)
Can I still be in this marriage without becoming unrecognizable to myself - twisted by anger, resentment, or remoteness? The answers were always yes.” (내가 나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분노, 억울함, 단절감에 의해 비뚤어지지 않은 채 이 결혼 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까? 언제나 대답은 ‘예스’였다)
빌 클린턴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결혼을 ‘marriage of convenience’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정치적 야망을 충족시키기 위한 ‘편의적 결합’이라는 것입니다. 모니카 르윈스키 스캔들 이후 힐러리 장관은 “왜 이혼하지 않느냐”라는 질문을 수없이 받았습니다. 여성의 권리를 주장하면서 성추문을 일으킨 남편과 이혼하지 않는다는 것은 대통령이 되려는 야망 때문이라는 비판입니다. 그때마다 힐러리 장관은 모범 답안을 내놓았습니다. “I still love him.”(아직도 그를 사랑한다)
가장 솔직한 대답은 2017년 자서전 ’What Happened’(무슨 일이 있었나)에서 나왔습니다. 2016년 대선 실패의 원인은 분석한 책에서 힐러리 장관은 ‘twisted’(비뚤어진)라는 단어를 썼습니다. 부정한 배우자 때문에 받은 마음의 상처를 말합니다. 자기 자신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비뚤어진 마음에 지배당하지 않으면서 결혼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지 자문했을 때 “그렇다”라는 답을 얻었다는 것입니다. 힐러리 장관의 마음고생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This is still a free country, ladies and gentlemen.” (여러분, 미국은 아직 자유 국가입니다)
이혼 때문에 커리어가 망가진 인물로는 넬슨 록펠러 뉴욕 주지시가 있습니다. 석유왕 존 D 록펠러를 할아버지로 둔 록펠러 주지사는 5명의 자녀를 두고 첫 부인과 32년 동안 결혼 생활을 하다가 1962년 이혼했습니다. 친구 부인인 마가리타 여사와 재혼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혼 이듬해 이들은 재혼했습니다.
록펠러 주지사가 1964년 대선에 출마하면서 이혼과 재혼 사실이 선거 공약보다 더 큰 주목을 받게 됐습니다. 친구 부인과 재혼하기 위해 30년 결혼 생활을 끝낸 그를 민심은 용서하지 않았습니다. 출마 선언 직후 선두를 달리던 지지율은 사생활이 알려지면서 급락했습니다.
록펠러 주지사는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유권자들의 마음을 돌려보려고 했습니다. 연단에서 “미국은 아직 자유 국가”라고 강조했습니다. 자신의 사생활을 정치와 분리해 봐달라는 메시지였습니다. 하지만 허사였습니다. 객석에서 야유가 터졌습니다. 야유는 주로 록펠러 주지사의 경쟁자이자 강경 보수론자인 배리 골드워터 후보 진영에서 나왔습니다. 야유가 너무 커지자 록펠러 주지사는 “연설을 끝낼 수 있도록 5분만 달라”라고 호소했습니다. 이 연설을 일명 ‘Boo Speech’(야유 연설)이라고 합니다. 가까스로 연설을 끝낸 록펠러 주지사는 곧바로 후보 사퇴를 선언했습니다.
명언의 품격
요즘 캐나다에서 “트뤼도 데자뷔”라는 단어가 유행입니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의 이혼이 아버지인 피에르 트뤼도 전 총리의 이혼과 묘하게 겹친다는 의미입니다. 부자 모두 재임 중에 이혼을 발표했습니다. 이혼은 아버지 쪽이 훨씬 빠릅니다. 결혼 6년 만에 갈라섰습니다.
피에르 트뤼도 총리는 언론인, 노동운동가, 교수 등을 거쳐 1968년 48세에 총리에 올랐습니다. 40대의 미혼 훈남 총리의 탄생은 “트뤼도 마니아”라는 팬덤 현상을 만들어냈습니다. 그가 가는 곳마다 여성 팬들이 환호했습니다. 취임 3년 후 그는 29세 연하인 마거릿 여사와 결혼을 발표했습니다. 당시 마거릿 여사는 22세로 막 대학을 졸업한 뒤였습니다.
행복한 결혼 생활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마거릿 여사는 자유분방한 삶을 원했습니다. 경호원들을 따돌리고 혼자 외출하고, 외국 정상을 만난 자리에서 격식에 어긋나는 행동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퍼스트레이디로서 품위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받으면 이렇게 말했습니다.
I want to be more than a rose in my husband‘s lapel.” (나는 남편 양복 옷깃에 꽂힌 장미 이상이 되고 싶다)
‘lapel’(르펠)은 양복 옷깃을 말합니다. 꽃 한 송이를 꽂는 것을 ‘a flower on the lapel’이라고 합니다. 파티에 잘 차려입고 간다는 의미입니다. ‘트로피 와이프’(성공한 중장년 남성이 보상으로 얻은 젊고 아름다운 아내)는 되기 싫다는 마거릿 여사의 독립선언으로 유명해진 발언입니다.
하지만 독립선언은 바람직하지 못한 방식으로 표출됐습니다. 뉴욕에서 사진작가로 활동하며 클럽에 드나들고 파티를 즐겼습니다.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 영화배우 잭 니콜슨, 가수 믹 재거 등과 염문을 뿌렸습니다. 1977년 마거릿 여사의 요구로 트뤼도 부부는 별거를 발표했습니다. 별거 당시 6세였던 아들 쥐스탱 트뤼도 총리는 2014년 자서전에게 부모의 이혼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I knew, even then, that the demands imposed by the life my parents were leading affected them far more than the ordinary stress of parenthood,”(내 부모가 살던 방식의 부담이 일반 부모의 스트레스보다 훨씬 크게 작용했다는 것을 당시의 어린 나도 알 수 있었다)
실전 보케 360
실생활에서 쓰는 쉬운 단어를 활용해 영어를 익히는 코너입니다. 최근 발생한 하와이 산불이 수많은 인명 피해를 낳았습니다. 미국에서 100년 만에 최악의 산불로 기록됐습니다. 재해가 발생했을 때 큰 수고를 하는 것은 “firefighters and first responders”라고 불리는 소방대원과 응급구조대원입니다. 이들에 대한 미국인들의 존경심은 대단합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하와이를 연방 재난지역으로 선포하는 자리에서 이들의 노고를 위로했습니다.
They put themselves in harm’s way to save lives.” (그들은 인명을 구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쓴다)
‘in harm’s way’는 바이든 대통령이 즐겨 쓰는 단어입니다. 연설할 때 “I pray for our troops who serve in harm’s way”(위험한 전쟁에서 싸우는 군인들을 위해 기도하겠다)라고 끝을 맺습니다. ‘harm’은 ‘피해’ ‘위험’을 말합니다. ‘in harm’s way’는 ‘피해를 볼 수 있는 길’ ‘위험을 만나는 길’을 뜻합니다.
‘put in harm’s way’는 ‘위험한 길에 놓다’ ‘위험에 빠뜨리다’라는 뜻이 됩니다. 소방대, 응급구조대 등 산불 구조요원들은 다른 사람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자신을 위험에 처하게 한다는 것입니다. ‘in harm’s way’의 반대말은 ‘out of harm’s way’가 됩니다. ‘위험에서 빠져나오다’라는 의미입니다. 소방요원이 화재 현장에서 구경꾼들에게 “Get out of harm’s way”라고 외칩니다. “위험하니까 빨리 멀리 떨어져라”라는 뜻입니다.
이런 저런 리와인드
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19년 5월 6일 소개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부부의 결혼 생활에 관한 내용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등장할 때 옆자리를 지키는 퍼스트레이디 멜라니아 여사. 무표정하고 차가운 분위기를 풍길 때가 많습니다. 멜라니아 여사가 최근 49세 생일을 맞았습니다. 평소 보디랭귀지를 보면 그다지 행복해 보이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 부부. ‘와이프 생일’을 어떻게 보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I can’t think of anybody I’d rather have.” (그 사람보다 더 함께 저녁식사를 하고 싶은 사람을 생각해낼 수 없다)
공교롭게도 멜라니아 여사 생일날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부부가 백악관을 방문한 날이었습니다. 아베 총리 환영 만찬과 멜라니아 여사 생일 파티를 따로 할 수 없었던 트럼프 대통령은 ‘원샷’에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멜라니아 여사에게 “아베 총리 부부가 당신 생일 만찬에 참석해도 되겠느냐”고 물어봤다고 합니다. 이에 대한 멜라니아 여사의 대답입니다. ‘I can’t think of’ 다음에 ‘anybody’ ‘anything’ 등이 나오면 ‘최고의 선택’이라는 뜻입니다.
I better not get into that because I may get in trouble.” (더는 얘기하지 않는 것이 좋겠어. 곤경에 처할 수도 있으니까)
지난해는 어땠을까요.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너무 바빠 아내 생일 선물을 사지 못했다고 고백하더니 곧 입을 다물었습니다. 멜라니아 여사가 이 얘기를 들으면 화를 낼지도 모른다는 뜻입니다. ‘get into it’은 ‘그 얘기(it) 안으로 들어가다(get into),’ 즉 ‘어떤 주제에 관해 얘기를 시작하다’라는 뜻입니다.
Melania is my rock and foundation, and I wouldn’t be the man I am today without her by my side.” (멜라니아는 나를 지켜주는 든든한 바위이자 토대이고, 그녀가 내 곁에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다)
돌출 행동을 잘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멜라니아 생일 축하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지지자들이 아내 생일 축하 글에 서명하는 캠페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쓴 축하 글의 일부입니다. ‘my rock, my foundation’은 미국 부부들의 생일, 결혼기념일 때 단골 멘트입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이런 카드를 주고받는 것도 좋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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