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용 노동자 출신 무명 가수에서 일약 미국 보수의 영웅으로 떠오른 컨트리 가수 올리버 앤서니가 “내 노래가 정치적 무기로 쓰이는(weaponized) 것이 싫다”고 밝혔다. 야당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 토론회에 소개되는 등 돌풍을 일으킨 자신의 빌보드 차트 1위 노래가 특정 진영을 대변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세태에 일침을 가한 것이다.
앤서니는 26일 유튜브에 공개한 영상과 소셜미디어 메시지에서 “우파는 나를 자신들 일원으로 규정하려는 반면, 좌파는 보복으로 저를 믿지 못하게 만들려는 것 같다”며 “이를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내 노래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관련이 없다”며 “바이든은 확실히 문제지만 그만을 특별히 지목한 것이 아니라 기업에 종속된 공화당 정치인을 포함한 (정치권) 시스템 전체를 지적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노래 ‘리치 멘 노스 오브 리치먼드(Rich Men North of Richmond·리치몬드 북쪽 부자들)’는 유튜브 공개 2주 만에 조회수 4400만 건을 넘어서며 인기를 모은 뒤 빌보드 1위까지 올랐다. 미 버지니아주(州) 출신으로 17세 때 고교를 중퇴하고 공장에서 일하다 사고로 다친 그는 최근까지 일용직을 전전하며 트럭에서 지냈다.
23일 공화당 첫 경선 토론회에서 자기 노래가 연주된 데 대해 “재미있었다”며 “(토론회) 무대 위에 오른 이들을 향해 쓴 노래였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치인이 특정 음악가와 친구인 것처럼 행동하면서 같은 투쟁, 같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듯 보이려 하는 것은 화가 난다”고 지적했다.
앤서니는 이 노래에서 수도 워싱턴의 정치인을 ‘리치몬드 북쪽 부자’로 칭하며 “당신은 모든 것을 통제하고 싶어 한다”고 꼬집었다. 공화당 경선 토론회에서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의회가 수조 달러를 쓰면 우리는 성공할 수 없다. 리치몬드 북쪽 부자들이 우리를 이런 상황에 처하게 만들었다”며 이 노래를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는 것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조지아주 구치소에 일시 수감될 때 찍은 ‘머그샷(범죄인 식별 사진)’을 공개한 지 사흘 만에 정치 후원금 710만 달러(약 94억 원)가 모였다고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이 밝혔다. 스티븐 청 대변인은 “머그샷 공개 이후 25일 하루에만 418만 달러를 모금했다. 이는 캠페인 시작 이후 하루 최고액”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캠프는 머그샷을 새긴 티셔츠와 포스터 등을 판매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25일 “TV에서 (머그샷을) 봤다. (그는) 핸섬가이(잘 생겼던데)”라고 농담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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