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오염수 해양 방류 후 중국 내 반일 감정이 부쩍 거세지고 양국 관계 또한 악화하고 있다. 방류와 아무 관계가 없으며 무고한 학생들이 다니는 중국 내 일본인학교에 돌과 계란을 던지거나 항의 전화를 하는 등 일본 정부가 아닌 일본인 전체를 문제 삼겠다는 조짐이 뚜렷하다.
일본 곳곳의 상점, 학교 등에도 중국인들의 항의 전화가 빗발치자 28일 일본 정부는 우장하오(吳江浩) 주일 중국대사를 초치했다.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일본 관방장관 또한 “매우 유감이고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같은 날 “중국은 법률에 따라 재중 외국인의 안전과 권익을 보호한다”면서도 “국제사회의 반대를 무시하고 오염수 방류를 시작한 일본의 행태에 이웃 국가들과 국제사회가 비판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하고 싶다”고 했다. 현 사태의 책임이 일본에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 中 일본인학교에 돌-계란 날아와
28일 일본 NHK방송,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오염수 방류가 시작된 24일 산둥성 칭다오에 있는 일본 총영사관은 “한 중국인이 지역 내 일본인학교에 돌을 던졌다가 공안에 구속됐다”고 밝혔다. 25일 장쑤성 쑤저우의 일본인학교에도 계란 여러 개가 날아들었다. 상하이 일본인학교에도 방류를 항의하는 전화가 걸려왔다. 칭다오 일본총영사관 인근에는 일본인을 경멸하는 낙서까지 등장했다.
중국뿐만 아니라 일본 현지에도 중국인의 ‘전화 테러’가 빗발치고 있다. 후쿠시마현 일대 학교, 음식점 등에도 오염수 방류를 항의하는 중국발(發) 국제전화가 쇄도하고 있다. 도쿄의 한 라멘집 또한 TV아사히에 “하루에만 1000여 통의 항의 전화를 받았다”며 피해를 호소했다.
이에 28일 일본 외무성은 우 대사를 초치해 중국에 머무는 일본인 및 일본 공관의 안전 확보에 만전을 기해줄 것을 강하게 요구했다. 일본산 식품에 대한 수입 규제 조치의 즉시 철폐 또한 촉구했다. 마쓰노 장관 또한 같은 날 28일 기자회견에서 “중국 측에 국민을 대상으로 한 냉정한 행동 호소, ‘처리수’(오염수의 일본식 표현)에 대한 정확한 정보 발신 등 적절한 대응을 요청한다”고 했다.
주요 온라인 여행 사이트에서도 일본 관광 상품이 속속 사라지고, 예약해뒀던 일본 단체 여행을 취소하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대형 여행사들 또한 자사 웹사이트의 첫 페이지에 일본 관련 여행 상품이 나타나지 않도록 주의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두 나라가 일본이 실효 지배 중인 동중국해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싸고 영유권 분쟁을 벌였던 2012년과 비슷한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당시 중국 전역에서 대대적인 반일 시위가 발생해 중국 내 일본인학교가 일시적으로 문을 닫았다. 주베이징 일본대사관에도 돌, 플라스틱 병 등이 날아들었다.
● 中관영매체, 美日 동시 비판
중국 측은 현 상황이 무조건 일본 책임이라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방류 당일 중국 본토와 마찬가지로 일본산 수산물의 수입을 규제한 홍콩은 추가 규제 가능성을 거론했다. 존 리 홍콩 행정장관은 관영 신화통신 인터뷰에서 “방사능 오염은 시간이 갈수록 축적된다. 국민 보건과 식량 안전에 방류가 미칠 악영향을 대비해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미국도 비판했다. 이 매체는 27일 “전 세계적인 분노와 우려를 불러일으킨 일본의 오염수 방류 과정에 대해 미국은 만족감을 표시하고 있다”며 그런데도 정작 미국이 일본산 수산물과 사케 수입을 가장 많이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일본 농림수산성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미국의 일본산 농산물 수입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3억 엔(약 750억 원) 줄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