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인도와 국경 분쟁 중인 히말라야 남쪽 아루나찰프라데시주(州)와 카슈미르 지역 악사이친 고원을 자국 영토로 표기한 표준 지도를 공개하자 인도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양국 정상이 국경 지역에서 긴장 완화를 약속한 지 불과 일주일도 되지 않은 시점이다.
29일(현지시간) 중국 관영 차이나데일리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측량 및 지도 제작 홍보의 날을 맞아 2023년판 중국 표준 지도를 공개했다.
이 지도에는 인도 동부 아루나찰프라데시주와 서북부 악사이친 고원 일부가 중국 영토로, 남중국해는 중국 영해로 표기돼 있다.
S. 자이샨카르 인도 외교장관은 “지도를 내놓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며 “이 영토는 인도에 속한다. 터무니없는 주장을 한다고 해서 남의 영토가 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인도 당국은 중국 표준 지도에 대해 외교채널을 통해 중국 측에 강력히 항의하기도 했다. 아린담 박치 인도 외교부 대변인은 “우리는 근거가 없기 때문에 이 주장을 거부한다”며 “중국 측의 이러한 조처는 국경 문제 해결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 뿐”이라고 강조했다.
중국과 인도 사이에는 3440㎞ 길이 실제 통제선(LAC)이 사실상 국경 역할을 하고 있다. 다만 강, 호수, 만년설 등으로 구분돼 그 경계가 허술하다. 중국은 이러한 틈을 파고들어 아루나찰프라데시 전체를 ‘남티베트’라고 명명하며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또 양국은 신장 위구르 자치구 최남단이자 인도 서북부인 악사이 친 고원을 두고도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분쟁의 불씨는 1914년 그어진 맥마흔 라인이다. 맥마흔 라인은 당시 인도를 지배하던 영국과 티베트, 중국이 설정한 국경선인데, 이후 중국이 티베트를 자치구로 삼으며 상황은 꼬였다. 중국 측은 티베트가 독립국이 아니기 때문에 티베트가 서명한 맥마흔 라인도 효력이 없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양국이 이들 지역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는 건 다름 아닌 희토류 때문이다. 악사이 친 고원은 아시아 최대 금속 매장지로, 세계에서 7번째로 큰 납-아연 광산이 있다. 아루나찰프라데시주 역시 강이 많아 석탄과 석유, 가스가 대량 매장돼 있다. 대리석, 석회석, 철, 흑연 등도 풍부하다.
이 탓에 중국과 인도는 1962년부터 국경 지역에서 꾸준히 무력 갈등을 치렀다. 최근에 양국의 갈등이 표출된 것은 지난 2020년 6월 중순 전략적으로 중요한 히말라야 국경지대 갈완 계곡에서 인도군 20명이 사망하면서다. 중국은 당시 충돌로 4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양국은 2020년 충돌 이후 국경 지역에서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대화를 이어왔지만, 큰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 지난해 연말에도 양국 군대가 국경 분쟁 지역에서 2년 반 만에 충돌하며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당시 중국과 인도 양측은 서로 각국의 군대가 먼저 국경을 넘었다는 상반된 주장을 펼쳤다.
특히 최근에는 양국 정상이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제15차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 등 신흥 경제 5개국) 정상회의를 계기로 만나 국경 지역 긴장을 완화하기로 합의까지 한 상태다.
마니시 테와리 인도 하원의원은 “이런 논쟁적인 상황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에 초청하는 것이 맞느냐”고 반문했다.
말리카르준 카르게 인도국민회의(INC) 총재도 소셜플랫폼 X에 “아루나찰프라데시와 악사이 친은 인도가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임의로 발간된 중국 지도는 (우리의 영토를) 바꿀 수 없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중국은 다른 나라에 영토와 지명을 바꾸는 일에 있어 상습적인 범죄자”라며 “인도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담이 인도 영토에 대한 중국의 범법 문제를 세계무대에서 폭로할 수 있는 또 다른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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