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업계의 숙원이던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미국 상장에 청신호가 켜졌다. 현물 ETF 승인을 반려해온 미 금융당국의 결정을 재검토하라는 미국 법원의 판결이 나왔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비트코인 ETF가 상장되면 사실상 제도권 자산으로 인정돼 대규모 투자금이 몰려들 것이란 기대감에 판결 직후 비트코인 가격이 장중 7% 급등하는 등 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29일(현지 시간) 미국 수도 워싱턴 순회 항소법원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가상화폐 자산운용사(그레이스케일)의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 신청을 부당하게 반려했다며 재심사하라고 판결했다. 네오미 라오 판사는 이날 “SEC가 유사한 상품(비트코인 선물 ETF)과 비트코인 현물 ETF의 다른 점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상장 신청을 거부한 것은 자의적이다”라고 밝혔다.
SEC는 비트코인 선물 ETF는 승인해 왔지만 현물 ETF 상장은 가치 산정이 어렵고 시세 조작이 가능해 위험성이 더 크다며 거부해왔다. 이에 라오 판사는 현물 ETF만 거부할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한 것이다.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신탁 상품을 운영해온 그레이스케일은 지난해 6월 현물 ETF 상장 전환을 신청했다가 SEC가 거부하자 소송을 제기했다. 그레이스케일의 비트코인 신탁은 162억 달러(약 21조4000억 원)에 달한다.
미 법원이 SEC에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을 재심사하라고 공을 넘기자 가상화폐 업계는 “기념비적인 판결”이라며 환호하는 분위기다. 현물 ETF 상장이 가능해지면 일반 주식 계좌로 비트코인에 투자할 수 있게 돼 대규모 일반 투자자들의 자금이 가상화폐에 몰릴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그간 가상화폐 투자를 하려면 별도의 코인 거래소를 통해 가상화폐 계좌를 열어야 했다. 그레이스케일의 비트코인 투자 신탁은 신탁 상품 특성상 주식처럼 비트코인 하락 시 그때그때 매수가 어려워 실제 가격보다 할인돼 거래되는 등 규제가 많았다. 또 가상화폐의 ETF 상장은 제도권 자산으로 인정한다는 의미도 크다.
이에 판결 직후 그레이스케일이 운영하는 비트코인 신탁은 21%까지 올랐고, 비트코인도 장중 7%대 상승을 기록했다. 블랙록, 피델리티 등 글로벌 투자사들도 비트코인 ETF 상장 신청에 줄을 선 상태다.
SEC는 이날 판결에 대해 “(판결 내용을) 검토 중”이라고만 밝혔다. 법원이 SEC의 기존 결정에 대해 자의적이라고 판단한 만큼 SEC는 새로운 승인 반려 근거를 찾거나 다시 법적 다툼을 이어 나가야 한다. SEC는 45일 내에 항소법원에 판결 재고를 요청하거나 90일 이내에 대법원에 상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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