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챗봇인 ‘챗GPT’ 시대가 본격화된 이후 처음으로 진행되는 11월 대학입시를 앞두고 미국 교육현장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수험생들이 챗GPT 등 AI에 대입용 자기소개서 대필을 손쉽게 맡길 수 있는 상황이 됐지만 미국 대학들은 수험생들의 AI 활용 허용 범위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1일(현지 시간) 미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NYT는 “지난해 11월 출시된 챗GPT가 대학 입시를 뒤엎을 태세”라면서 “챗GPT가 써준 자기소개서가 표절을 조장한다는 주장과 정보 문턱을 낮춰 대입 공정성을 개선한다는 주장이 팽팽해 대학들이 고민에 빠졌다”고 전했다.
조지아공대는 수험생들에게 내용 구상과 초고 작성 등에 제한적으로 AI 챗봇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조지아공대 입학처는 수험생 AI 활용 지침을 공개하며 “지원 서류 작성을 도와줄 사람이 없는 지원자들에게 AI가 훌륭한 파트너가 되어줄 것”이라고 밝혔다. 조지아공대의 릭 클라크 입학처장은 “챗GPT가 고액 컨설팅과 고학력 부모에 비할 바는 안 되지만 무료”라며 “보다 공평한 방식”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조지아공대 외에 지침을 내놓은 대학은 거의 없다. NYT는 주요 주립대, 아이비리그 명문대 등 대학 10여 곳에 대입 자기소개서 작성과 관련해 AI 활용 지침을 마련했는지 물었으나 단 한 곳도 “지침을 마련했다”고 답하지 않았다.
다만 일반 대학보다 한 달 빠른 10월부터 입시를 시작하는 로스쿨의 경우 일부 사례가 있다. 미시간대 로스쿨은 AI 활용을 전면 금지했다. 자기소개서에 대한 첨삭과 피드백을 멘토나 친구 등 사람에게만 받도록 했다. 애리조나주립대 로스쿨은 AI 사용을 허용하되 “단 사실에 입각한 정보를 담아야 하고, 자소서 내용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수험생들은 명확한 지침이 없어 혼란스럽다고 토로한다. 애틀랜타주에 사는 고교 3학년생 케빈 제이콥 군은 “각 대학 입학처가 AI 활용 지침을 공개하면 좋겠다. 대학들의 애매모호한 태도 때문에 입시가 더욱 힘들다”고 말했다.
2024학년도 미국 대입을 둘러싼 혼란 요인은 AI 뿐만이 아니다. 올 6월 미국 대법원은 대학 입시에서의 ‘소수인종 우대 정책(어퍼머티브 액션)’을 시행 62년 만에 위헌 판결해 소수인종 수험생들은 더욱 힘든 상황에 놓였다. 여기에 ‘미국판 대학수학능력시험’(SAT) 점수를 입시에 반영하지 않는 학교도 늘고 있다. 아이비리그 중 처음으로 컬럼비아대가 올해부터 SAT 점수를 배제한다. SAT에서 상대적으로 고득점을 얻는 아시아계 학생들이 불리한 상황에 놓이게 될 것으로 평가된다. 한편 한국에서는 올해 대입수시 모집부터 자기소개서를 제출하지 않아 AI 영향이 상대적으로 덜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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