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아마겟돈 장군’으로 불리던 세르게이 수로비킨 러시아 공군 총사령관의 모습이 석방 이후 처음으로 포착됐다. 러시아 민간용병기업(PMC) 바그너그룹의 무장반란 이후 숙청됐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한 지 2개월 만의 근황이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언론인 크세니아 소브착은 4일(현지시간) 텔레그램을 통해 “수로비킨 장군은 살아 있고 건강하다. 가족과 함께 모스크바 자택에 머물고 있다”며 이날 찍었다는 사진 한장을 공개했다. 사진에는 선글라스와 모자를 쓴 남성이 수로비킨의 아내 안나로 보이는 여성과 함께 산책하는 모습이 담겼다.
러시아의 독립언론인 알렉세이 베네딕토프도 자신의 텔레그램에 “수로비킨 장군이 가족과 함께 집에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휴가 상태에서 국방부의 처분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익명을 요구한 미국·러시아 정부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이날 수로비킨이 석방됐다고 보도했다. 미 정부 관계자는 수로비킨이 공식 구금에선 해제됐지만 앞으로의 행보가 완전히 자유로울지는 불확실하다고 전했다. 러시아 국방부 관계자는 수로비킨이 여전히 군 계급을 유지하고 있지만 경력은 사실상 끝났다고 했다.
수로비킨은 러시아가 시리아 내전에 개입했을 때 극도로 잔인한 전술을 사용해 아마겟돈(인류종말) 장군이란 별명을 얻었다. 지난해 10월부터는 우크라이나전 총사령관을 맡아 헤르손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을 방해하는 일명 ‘수로비킨 라인’을 구축해 러시아군의 전술을 공격에서 방어로 안정적으로 선회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과는 시리아전을 계기로 인연을 맺었다. 프리고진은 수로비킨에 대해 “책임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라며 추켜세웠다. 지난 1월 크렘린궁은 수로비킨을 총사령관직에서 해임하고 이 자리에 발레리 게라시모프를 임명했다. 이후 프리고진은 게라시모프와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 등과 우크라이나 전장 보급 문제를 두고 사사건건 충돌했다.
수로비킨은 지난 6월 바그너그룹 무장반란이 수포로 돌아간 뒤 프리고진과의 친분 탓에 크렘린궁의 신임을 완전히 상실했다. 또한 프리고진과 반란을 공모한 혐의로 구속돼 수사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3일에는 러시아 관영언론에서 수로비킨이 공군 총사령관직에서 경질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공교롭게도 수로비킨 경질 보도가 나온 날 프리고진은 자신의 전용기를 타고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향하던 도중 의문의 공격을 받아 추락해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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