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G20서 모디-빈살만과
‘철도-해운 수송로 구축’ 발표
印-사우디와 대체교역로 협력
시진핑의 일대일로 사업 견제
미국이 9일 인도와 중동, 유럽을 잇는 철도·해운 수송로를 구축하기로 했다. 이른바 ‘신(新)실크로드(비단길)’ 전략으로 불리는 중국의 경제 영토 확장 사업인 일대일로(一帶一路)에 인도와 손잡고 ‘신스파이스루트(향신료길)’로 맞서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와 수소 파이프라인 구축에 합의했고 인도, 브라질 등과는 글로벌 바이오 연료 동맹을 출범시켰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집권 후 처음으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불참한 가운데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이번 인도 G20 회의에서 글로벌 사우스(주로 남반구에 있는 개발도상국)를 대거 포섭해 다국적 개발 협력체를 구성했다.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 경제 5개국)를 통해 미국을 견제하는 신흥개발국 연대를 구축하려는 중국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美 “일대일로보다 가치 커”
바이든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등은 9일 인도 G20 정상회의에서 ‘인도-중동-유럽 경제 회랑(India-Middle East-Europe Economic Corridor·IMEC)’ 구상을 발표했다.
IMEC는 인도 등 남아시아에서 유럽까지 철도와 해운 수송로를 연결해 석유를 비롯한 에너지와 상품을 안정적으로 이동시키겠다는 구상이다. 구체적으로는 인도와 중동 아라비아만을 연결하는 ‘동쪽 회랑’과 아라비아만에서 유럽을 연결하는 ‘북쪽 회랑’으로 구성된다. 인도에서 UAE 두바이항(港)까지 뱃길을 통해 상품과 에너지를 옮긴 뒤 UAE에서 철길과 해상으로 사우디, 요르단, 이스라엘, 튀르키예(터키) 등을 거쳐 유럽까지 잇는 경제 통로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IMEC는 데이터 전송을 위한 해저 광케이블과 청정 수소 파이프라인을 설치해 통신과 친환경 에너지 분야의 새로운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구상도 포함한다. 이를 위해 미국은 이날 사우디, UAE와 대륙 횡단 ‘녹색 회랑’ 구축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IMEC는 올해 10년을 맞은 중국의 일대일로에 대응해 인도와 중동 중심으로 대체 교역로를 만들려는 계획에서 출발했다. 존 파이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은 “IMEC를 제로섬(한쪽이 이득이면 다른 쪽은 반드시 손해)으로 보지 않는다”면서도 “강압적이지 않고 투명성과 지속가능성을 비롯해 제공하는 가치가 더 크다”고 말했다.
IMEC에는 일대일로 탈퇴를 검토하는 이탈리아는 물론이고 사우디 같은 중동 핵심국도 많이 참여한다. 특히 IMEC에는 이스라엘도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 중국 중재로 사우디와 이란이 관계 정상화를 한 이후 바이든 행정부는 사우디와 이스라엘 중재에 외교적 사활을 걸고 있다. 이에 맞서 리창(李强) 중국 총리는 해상 실크로드 구상의 핵심 국가인 이탈리아의 일대일로 탈퇴를 막기 위해 G20 정상회의에서 조르자 멜로니 총리와 양자 회담을 가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프로젝트는 정말 대단한 일”이라며 “중동을 더욱 번영하고 안정적이며 통합된 지역으로 만드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지역과 이스라엘을 재편할 획기적인 계획”이라고 했다.
● 글로벌 사우스와 잇단 협력체 구축
미국은 이날 인도, 브라질, 아르헨티나, UAE를 비롯한 7개국이 참여하는 글로벌 바이오 연료 동맹도 출범시켜 바이오 연료 공급량 확보 및 가격 유지 등을 위한 협력에 나서기로 했다.
자체 바이오 연료 생산을 확대하고 있는 인도는 올해 G20 의장국을 맡으면서 최우선 목표로 바이오 연료 동맹 구축을 내걸었다. 당초 이 동맹에는 바이오 연료 주요 생산국인 미국, 브라질과 함께 중국도 참여가 거론됐지만 최종 참가국에서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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