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 120년만의 강진]
규모 6.8 지진… 부상자 2000명 넘어
피해 큰 산간지역 길 끊겨 구조 난항
尹 “진심으로 위로… 지원 안 아낄것”
현지 교민 등 한국인 피해 확인 안돼
북아프리카 모로코 남서부 산간 지역 일대에서 8일(현지 시간) 발생한 규모 6.8의 강진으로 참사 사흘째인 10일 낮 12시 반(한국 시간 오후 8시 반) 현재 최소 2012명이 숨지고, 2059명이 다쳤다고 모로코 내무부가 밝혔다. 지진이 늦은 밤에 발생한 데다 많은 사람들이 아직 무너진 건물 잔해 아래 깔려 있어 사상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또 부상자 중에선 중상자가 1400여 명에 달해 피해 규모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모로코 당국은 8일 오후 11시 11분경 모로코 마라케시로부터 남서쪽으로 약 71km 떨어진 지점에서 규모 6.8의 지진이 발생했으며 진앙에서 가까운 산간 지역 외에 마라케시, 아가디르, 카사블랑카 지역에서도 사상자가 나왔다고 이날 밝혔다. 다수 주민이 잠자리에 든 심야 시간대에 진원이 18km 정도로 얕은 곳에서 강진이 발생해 인명 피해가 커졌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이번 지진은 북아프리카 일대에서 관련 관측이 시작된 1900년 이후 120여 년 만의 가장 강력한 지진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상자는 고지대인 아틀라스 산간 지역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산사태로 길이 막히거나 끊겨 접근도 쉽지 않아 구조 작업은 난항을 겪고 있다. 참사 사흘째인 10일 구조대의 손길이 아직 닿지 않는 곳에선 현지 주민들이 맨손으로 생존자 수색에 임하는 등 처절한 구조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모로코 당국은 사흘간의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하고 구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여진도 계속되는 상황에서 약해진 지반 탓에 건물이 추가로 주저앉을 우려도 커지고 있다. 다수의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보유하고 있는 중세 고도(古都) 마라케시에선 문화재 피해도 속출했다.
국제사회의 지원 약속도 이어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10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발언에서 “오늘 아침 모로코 지진 소식을 들었다”며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한 데 대해 진심 어린 위로의 뜻을 전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은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물론이고 전쟁 중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도 나란히 연대 의사를 표명했으며 앞서 2월 5만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지진을 겪은 튀르키예도 지원 행렬에 동참했다.
주모로코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현지 교민, 관광객, 출장차 방문자들의 피해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대사관 관계자는 “교민들에게 주의를 당부했으며 모로코 당국과 소통해 재난 상황을 최대한 빠르게 전하고 있다”고 밝혔다.
●건물 더미속 발바닥 꿈틀… 중장비 갖고도 구하지 못해 눈물만
모로코 지진 사흘째 아비규환 남편-아이 잃은 여성 “난 혼자” 오열 진앙 근처 산간마을 3명중 1명 숨져 다른 지역선 길 끊겨 구조대 못들어가
짓뭉개진 건물들 사이로 다급한 외침과 한숨이 터져 나왔다. 10일(현지 시간) 규모 6.8 강진이 발생한 모로코 진앙에서 가장 가까운 도시인 마라케시에서 한 남성이 “제발 앰뷸런스와 구조대원을 더 보내 달라”며 울부짖었다. 눈물마저 말라버린 듯한 다른 남성은 무너진 주택을 가리키며 체념한 듯 긴 한숨을 내쉬었다. “편찮으신 부모님을 미처 밖으로 빼내지 못했어요.” 가족과 친지를 잃은 생존자들은 주저앉아 오열하거나 하늘을 향해 기도를 올렸다. 여진 공포에 집을 뛰쳐나온 이들로 마라케시 시내 일부 광장은 노숙촌이 됐다. 사람들은 얇은 이불 위에 공포와 피로로 찌든 몸을 뉘었다.
8일 심야에 마라케시 서남쪽 약 71km 지점에서 발생한 강진 사흘째인 이날 모로코 소방당국과 생존자들은 구조 작업에 진력했다. 하지만 사상자가 집중된 아틀라스 산맥 일대 지역은 구조대원의 접근조차 어렵다. 이날 오전에도 규모 4.5의 여진이 이어졌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마라케시 인근 지역 30만 명 이상이 이번 지진의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 산사태로 길 끊겨 구급차 접근 어려워
“여기 사람 발이 보여요!”
아틀라스 산간 마을에서 시루떡처럼 포개진 콘크리트와 돌 더미 사이로 사람 왼쪽 발바닥이 드러났다. 소방대원들 외침에 응답하듯 이 사람은 발과 다리를 조금씩 움직여 살아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중장비를 동원해도 커다란 건물 잔해가 들어 올려지지 않자 소방대원들은 피해 건물 주변을 뛰어다니며 구조 방법을 모색했다.
위르가네 산간 마을 주민 무함마드 씨는 지진으로 가족 4명을 잃었다. 그는 “두 아이를 데리고 (집에서) 빠져나왔지만 나머지는 모두 잃었다. 집이 없어졌다”고 미국 CNN방송에 말했다. 모로코 국영TV는 전날 “무스타파, 하산, 일헴, 기즈레인, 일리스…. 내가 가진 모든 걸 잃었다. 나는 혼자”라며 숨진 남편과 아이들 이름을 부르짖는 여성을 보도했다.
진앙에서 가까운 타루단트주 산간 마을 아이트 야히아는 주민 3명 중 1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마을 출신 카타르 국영 알자지라방송 아이만 알주바이르 기자는 “온 마을에 슬픔이 감돌고 있다”고 전했다. 모로코 당국은 진앙 근처인 아미즈미즈 마을 주민 2만여 명 중 적어도 100∼120명이 사망했다고 추산했다.
외신과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각종 영상에 따르면 주민들이 건물 잔해를 맨손과 곡괭이 등으로 파헤치며 생존자를 찾았다. 하지만 알하우즈, 타루단트 같은 산간 지역은 전기와 전화가 끊겼고 산사태로 도로가 막혀 구급차 진입도 어려워 이날 오전까지 구조대 발길이 닿지 못했다고 모로코 내무부가 밝혔다.
● 여진 공포에 주민들 집에 못 들어가
피해 지역 주민들은 여진이 무서워 집 대신 차량이나 광장에서 이틀째 노숙을 택했다. 세계적 관광 명소인 마라케시 제마엘프나 광장은 집단 피신처로 변했다. 길가에서 숙식 중이라는 유세프 알리 씨는 “지진이 일어났을 때 달려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고 영국 BBC 방송에 말했다. 지진 피해가 적은 모로코 북쪽 카사블랑카에 사는 누레딘 엘바야 씨는 “마라케시에 있는 지인들이 카사블랑카나 라바트 쪽에 머물 곳을 알아봐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다만 10일 오전 마라케시 중심가 일부 호텔 식당에는 관광객들의 활동이 재개됐고, 상점도 하나둘 문을 열었다. 교통량도 다시 늘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이날 모로코 지진이 “1900년 관측을 시작한 이래 약 120년 만에 북아프리카를 강타한 가장 강력한 지진”이라며 피해 추정 규모를 지진 피해 경보 4단계 중 가장 높은 ‘적색 경보’로 상향했다. USGS는 사망자가 1000∼1만 명일 확률을 35%, 1만∼10만 명 21%로 내다봤다. 경제적 손실은 10억∼100억 달러(약 1조3400억∼13조3700억 원)로 추정했다. 모로코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최대 8%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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