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 120년만의 강진]
진앙서 70km 마라케시 한국 교민들
“집 흔들려 아이부터 깨워 뛰쳐 나와”
지질공원총회 韓출장단 일부는 노숙
“접시 깨지는 소리, 도시를 뒤덮은 비명에 놀라 차에서 잡니다.”
북아프리카 모로코를 강타한 지진 진앙으로부터 북동쪽으로 약 70km 떨어진 마라케시에 사는 한국 교민들은 10일(현지 시간)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8일 지진 당시 느낀 충격과 여진의 불안감으로 며칠째 편히 잠을 이루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10년 넘게 모로코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이승곤 씨는 “8일 밤에 땅이 마구 흔들리면서 느낀 불안감 때문에 가족들과 차에서 자고 있다”며 “구도심은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지만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인근 마을의 사진을 보여줬는데 말 그대로 초토화된 상태라 걱정이 컸다”고 밝혔다.
9년 넘게 모로코에 살고 있는 김동인 씨는 “8일 밤 갑자기 집에 있는 접시들이 깨지고, 집이 무너질 듯 흔들리더니 이웃들의 비명이 동네에 가득했다”며 “놀란 마음에 아이들부터 먼저 깨우고 밖으로 뛰쳐나왔다”고 떠올렸다. 진동이 1∼2분간 계속되는 동안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건물 안에서 진동이 잦아들길 기다린 이들도 많았다고 했다.
김 씨는 “지진 발생 후 현지 경찰이 낡은 아파트에 사는 현지인, 교민들을 찾아가 건물 밖으로 대피하라고 했다”고 전했다. 차에서 잠을 청하기 어려운 교민들은 집 안팎을 오가며 쪽잠을 자고, 혹시 모를 여진에 대비해 돌아가며 ‘불침번’도 서고 있다.
주모로코 한국대사관이 파악한 모로코 내 한인은 대략 360명이다. 피해가 큰 마라케시 인근에는 비정부기구 종사자나 선교사, 사업가 등 10여 명이 거주하고 있다. 대사관 측은 “한국인 관광객이 많았던 여름 휴가철이 지나 지진이 발생해 그나마 다행이다”라고 했다.
모로코 마라케시 및 므군에서 열리고 있는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총회에는 충북, 광주, 경북, 제주 등에서 모두 77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회에 참석한 제주도 관계자는 “지진이 발생하자 숙소를 빠져나와 이불 등을 뒤집어쓰고 하룻밤 노숙을 했다”면서 “조기 귀국을 하려고 애를 쓰고 있지만 항공권 사정이 여의치 않다”고 전했다.
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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