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개각 및 당내 임원 인사를 위한 조율 작업에 들어갔다. 기시다 정권의 핵심 인물들이 자리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차기 총리 후보 물망에 오른 이들의 거취에도 관심이 모인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현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인도를 방문 중인 기시다 총리는 11일 귀국한다. 직후 자민당 간부 및 연립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 대표 등과 만나 인사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야마구치 대표와는 지난 2012년 이후 공명당이 도맡아 온 국토교통상 자리에 대해 의논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자민당 일각에서는 국교상 자리를 넘겨 받아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돼 기시다 총리가 연립여당과의 관계를 어떻게 조정할지 시선이 집중된다.
기시다 총리는 논의를 바탕으로 오는 13일에는 자민당 인사를, 15일에는 부장관급 및 정무관 인사 등을 단행할 방침이다.
이번 인사 틀은 ‘기시다 진영’으로 짜인다. 2024년 9월로 예정된 자민당 총재선에서 재선에 성공하기 위한 초석을 놓는 과정이다.
기시다 총리는 당 안에서 각각 2, 3번째로 큰 파벌의 우두머리인 모테기 도시미쓰 간사장과 아소 다로 부총재를 유임하는 쪽으로 마음을 굳힌 상태다. 모테기 간사장은 그간 총재 자리에 욕심을 보였던 만큼 대화 자리에 관련 논의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관건은 100명이 속한 당내 최대 파벌인 아베파다. 기시다 총리는 아베파의 간부를 맡고 있는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과 하기우다 고이치 정조회장을 요직에 앉히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최대 파벌부터 자신이 이끄는 4번째 파벌까지, 각 수장을 정권의 요직으로 기용해 당내 지지 기반을 다지겠다는 계산이다.
아베파 내부에서는 “간사장 직을 얻을 수 없는 경우에는 관방장관과 정조 회장은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 관방장관인 마쓰노는 북한 미사일 발사 등 위기관리를 약 2년간 전담하고 있어 유임설과 교체설이 동시에 나온다.
모테기 간사장 외에도 ‘포스트 기시다’로 불리는 차기 당 총재 후보들의 처우도 주요 관전 포인트다. 대표적으로 지난 자민당 총재선에 출마했던 고노 다로 디지털상과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전보장상(경안상)이 꼽힌다. 그동안 기시다 총리는 이 두 유력 후보를 행정부 안에 두는 방식으로 경쟁 구도에서 배제해 왔다.
두 차기 총재 후보는 각각 다른 약점을 갖고 있다. 고노 디지털상은 마이넘버 카드(일본의 주민등록증) 디지털화 과정에서 행정 오류가 속출해 비판받았다. 반면 다카이치 경안상은 지난 총재선에서 뒷배가 되어 준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총격으로 사망해 지원 기반이 불안하다.
한편 ‘연속 3년까지’로 제한된 임원 임기 규정도 계산에 넣어야 한다. 아소 부총재와 모테기 간사장은 임기 2년 차로, 유임하더라도 1년 후 자리를 내줘야 한다. 2024년 가을은 즉 ‘정권의 뼈대’를 갈아 끼우는 인사철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밖에도 기시다 총리는 여성 각료를 더 확대하는 방향으로 조율 중이다. 현재 내각에서 여성은 총 19명 중 2명에 그친다. 정책적으로는 여성의 사회적 활동을 지원하겠다면서도 정작 내각의 남녀 격차는 세계 최악 수준이었다.
자민당 내부에서도 여성 각료 증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추세로, 인원수뿐만 아니라 요직 기용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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